[ㅇ]
재미 : 이제 [ㅇ] 앨범 얘기를 시작해볼게요. 단편선씨 팬미팅 때 이런 말을 하셨어요. [ㅇ] 수록곡들의 제목을 그렇게 지으신 이유가 제목 짓기 귀찮아서였다고. (웃음) 정말이신가요?
퓨어킴 : 네, 그런 것도 있고,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 거에요. 그래서 깨끗하고 이쁜 게 좋은데 전 이응이 너무 좋은 거에요. 제가 원을 좋아하거든요. 이쁘기도 하고, ‘아, 어떻게 해야 되냐?‘하다가, 노래 제목들이 노래 가사 시작하는 첫 글자잖아요. ‘가’로 (가사를) 시작할게 없고 ‘나’로도 없잖아요. (일동 웃음) 그렇게 할 수 있는건 ‘아’뿐이다 해서 그렇게 한 거에요. 큰 의미가 아니라.
재미 : 그런데 많이 생각하신 것 같아요. (웃음)
퓨어킴 : 아니에요. (웃음) 그냥 자연스럽게 된 거에요.
재미 : 그럼 각 곡의 작사는 미리 계획을 하고 하신 건가요?
퓨어킴 : 먼저 앨범 테마를 짜놨어요. 1번 트랙은 아기, 엄마... 2번 트랙은 뭐... 제가 생각하고 있는 주제들을 다 적어놓은 상태에서 그렇게 시작을 한 거에요.
재미 : 미리 간략한 지도를 짜놓고 시작을 하신 거군요.
퓨어킴 : 네.
_미 : [ㅇ] 앨범에서 흥미로웠던 거는 퓨어킴씨가 엄마가 된다는 사실을 무척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계시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섹시한 여성 뮤지션이 엄마가 된다는 것은 팬들과 뮤지션 사이에 있는 어떤 종류의 텐션, 긴장감이 끊어지는 것이 될 수도 있거든요. 엄마가 되면 쿨하지 못하고 섹시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인식들이랄까. 그런데 퓨어킴씨는 섹시하면서 예쁘고,예쁜게 뭔지도 아는 것 같고 그래서 굉장히 신선했어요. 엄마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섹시한 것. 아마 퓨어킴씨가 한국에서 최초이지 않을까 싶은데... 앨범에 그런 엄마 정체성을 가지고 오는 것에 대해서는 의식을 하신 건가요?
퓨어킴 : 아니오, 딱히 의식은 하지 않았구요. 제가 그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 다행이다-라는 생각은 해요. 그리고 저한테는 ‘엄마’라는 존재가... 기본적으로 제가 엄마를 소중히 생각해서 그런지 어떤지는 몰라도 굉장히 중요하고 큰 부분이거든요. 그래요. (웃음)
재미 : 독창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퓨어킴 : 음... 저는 그런 거 안 믿어요. 전도서에 그런 말이 있어요. ‘다 헛되다’고, 왜냐... 세상에 새로운 거 하나도 없다고. 성경 중에 제가 전도서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세상에 새로운 거 없으니까 니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열심히 살아라’ 뭐 이런 건데. ‘하늘 아래 새로울 것 없다’는 말, 전 맞다고 생각하고, 제가 약간 특이한 편이긴하지만 제가 혹시 오바해서 ‘나 혼자 특이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저는 그날로 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ㅇㅏ
재미 : 그럼 이제 [ㅇ] 앨범에 수록된 개별 노래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먼저 <아> 같은 경우에 아줌마가 아가씨한테 하지마라 하지마라-
하는데 EP가 [Mom & Sex]여서 그런 것도 있고 굉장히 성적 함의가 짙게 들리거든요. 실제 어머니에게서라던지... 그런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직접적으로 성적으로 뭐하지 말라고.
퓨어킴 : 성인되기 전에는 몸 다 안 자라서 안 된다고 그런 식의 말씀은 하셨어요. ‘애기가 어떻게든 생길 수가 있다. 그걸 감당할 수 있으면 해라’라고. 그리고 엄마는 ‘니가 고등학교 때 임신해도 애기 낳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저는 그게 너무 무서워가지고 (일동 웃음).
재미 : 어머니가 한 술 더 뜨셨네요.
퓨어킴 : 네, ‘너는 애기 낳아야돼. 생명은 소중한 거니까. 엄마가 키워줄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낳아’ 그러셔가지구 그런 게 있었는데... 아무튼 저는 기본적으로 <아>를 통해서는 '통제의 언어'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던 거고... 성적인 함의에 대해서는 생각한 게 아니었어요. 말씀드렸지만 저는 누가 저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 되게 싫어하거든요. 거기서 나온 거에요. 다른 게 아니라. 통제의 언어라는 게 처음에는 뭐냐하면 아기보다 아가씨가 큰데 아가씨보다 아줌마가 크잖아요. 그래서 1절에서는 하지말라고 하는데 2절에서는 하라고 해요. 그러니까 부정의 언어에서 긍정의 언어로 변화가 있단 말이에요. 마지막에 흙은 아무 말도 없고. 가장 근본이 되는 흙은 말이 없고.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로 안되는 거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에요.
재미 : 땅이란 존재는 할머니보다 더 오래된 존재, 우리 존재의 근본 이런 뜻이었단 말씀이군요.
퓨어킴 : 네. 흙으로 돌아가리라 뭐 그런 말있잖아요. 제가 워낙 시골에서 자란 경험이 커가지고...
ㅇㅑ
재미 : <아>가 통제의 언어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야>는 ‘서로 아끼면서 둥글게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남녀에 대한 이야기’라고 음반 해설 자료에 나와있어요. 우정과 사랑 경계에 선 남녀 얘기로 들리기도 하는데 남녀 사이에 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퓨어킴 : 아니오. 말도 안 되죠. (일동 웃음) 저는 이성 친구사이의 우정 안 믿어요. 말도 안되는 거에요. 아니 사지 건강한데 무슨 소리하는 거야. (일동 웃음)
재미 : 그런 얘기를 되게 능청스럽게 ‘뭐뭐 하대’ 의 라임으로 얘기하셔서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퓨어킴 : 일부러 그랬어요. 일부러. 새초롬하게. (웃음)
재미 : 노래 중에 ‘존경은 하는 사람 편하라고 하는 거니’라는 가사가 나와요. 퓨어킴 씨에게 존경의 의미는 어떤 건가요?
퓨어킴 : 그건 저희 엄마가 하셨던 말씀을 넣은 건데... 저는 동의했거든요. 누군가를 존경하는 것은 뭐냐하면,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더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롤모델로 삼으면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그 사람에게서) 감동받는다는 건데... 존경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까지는 좋을 거에요. 그런데 인간적으로 생각해보면 그게 되게 힘든 일일 것 같거든요. 사실 성숙해도 사람이 거기가 거기인데 성숙해야되고 책임져야 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면 그건 그 사람을 존경하는게 아니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사랑해야지. (사람은) 완벽하지 않잖아요. 누구나 다. 진짜로 존경한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자기가 그 사람을 존경하는 마음 그 자체가 좋은 거’ 아닐까 싶어요. 인간적으로 보면 존경한다는 게 진짜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재미 : 그럼 엄마는 존경의 의미가 아니겠네요.
퓨어킴 : 그럼요, 엄마는 사랑하죠. 아, 옛날에 존경하는 사람이 있기는 있었어요. 황영조 선수. 마라톤 뛰는 거 보고 (일동 웃음)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ㅇㅓ
재미 : 3번 트랙 <어>는 스무 살 차이 나는 막내 동생이 태중에 있었을 때 부모님이 짝짓기하는 것을 보고 좋았다는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만든 곳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동생한테 얘기를 들으신 건가요?
퓨어킴 : 네. 이걸 어떻게 상상을 할 수 있겠어요. (웃음) 동생한테 들은 얘기고... 자기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데 다섯 살 땐가 더 어렸을 땐가 저한테 얘기해준 거에요.
재미 : ‘와, 어떻게 이런 걸 상상을 했을까’ 그랬는데 동생이 해 준 얘기라니 대단하네요.
퓨어킴 : 저희 가족들이 좀 그래요. 좀 특이해요. 그래서 걔도 지금도 장난 아니에요. 그런데 어렸을 때가 더했고 지금은 사회화가 되면서... 유치원 다니면서 소년티나고 흑강아지처럼 됐는데... 아무튼 기본적으로 <어>는 인간 존중의, 뭐라고 할까... 만약 제가 연기를 한다고치면 저는 저라는 사람을 버리고 진짜로 연기할 수 있거든요. 노출이든 뭐든 전혀 상관없이 할 수 있어도 저는 연기를... 누가 시키지도 않지만 (웃음)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뭐냐하면 예를 들어 제가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저는 어떤 거라도 해야되는 사람이에요. 그래야 되고 아니면 안해야된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데 그렇다고(연기를 한다고)치면 저는 제가 엄청나게... 식인하는 모습이라던가 굉장히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연기를 해야될지도 모르잖아요. 제가 만약 연기자라면 그게 싫어서 못하겠다고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그게(연기하는 게) 싫은 거에요. 저는 사람이 정말 끝까지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뉴스만 봐도 그렇고, 뉴스보다 심한 것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일어나고 있을테고... 정말 별 일이 다 일어나는 세상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게 너무 싫어요. 그래서 <어>에서는 인간이라는 게, 사람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에 대해서 얘기를 한 거에요. 가사가 그렇잖아요. 사람은 산도 못 들고 그만큼 힘이 안 센데 그보다 더 센 것도 만들수 있고 터널도 만들 수 있다고 그만큼 사람은 대단한 거라고. 왜냐하면 동물처럼 새나 곤충처럼 사람도 짝짓기해서 애기만드는 거 다 똑같아 보이는데 사람은 그것보다 더 대단한 존재라고 더 훌륭한 일 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재미 : 그럼 퓨어킴씨는 우주 혹은 지구에서 사람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세요?
퓨어킴 : 우주까지는 모르겠고 제가 크리스챤이기는 하지만 저는 외계인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솔직히 성경은 지구 얘기만 했거든요. 그래서 모르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경적으로도 그렇고... 여하간에 그래서 우주까지는 모르겠고... 저 우주 되게 무서워해요. 바다랑. 제가 할머니되서 손주들이 우주여행 가자고 해도 ‘저는 싫어. 나 무섭단 말이야‘ 할 거에요. (웃음) ‘할머니 구식이야‘ 그래도 ‘그래, 나 구식이다.‘ 하고 말 거에요. 해저도 싫고. 하나도 안 궁금하고 가기 싫어요. 여하간... 지구 전체를 생각을 해봤을 때 사람들이 굉장히 나쁜 짓을 많이 하면서 지금까지 살았잖아요. 자연스럽게 살지않고 사람처럼 살려고. 그런데 아직까지는 지구에서 제일 힘이 센 걸로 알려져 있잖아요. 가장 힘이 세고 똑똑한 걸로. 저는 사실 사람이 지구에서 가장 힘이 세고 똑똑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좀 미안하기도한데 내가 지금 권력을 쥐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미안하니까 잘해줘야겠다-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일동 웃음)... 사실 좋죠. 사람인게. 개미아니고 사람이어서.
ㅇㅕ
재미 : 다음 노래 <여>로 가자면 ‘버릴 것이 없는 완전한 소와 소같이 완전하기엔 돈이 없다는 화자의 신세타령’이라고 곡에 대한 설명을 하셨어요. 그런데 완벽한 존재로 소를 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퓨어킴 : 그냥 동물들 생각하다가... 그것도 웃긴데 옛날에 서세원 아저씨가 자기 부인 소같다고 그랬거든요.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버릴 게 없다고. 그게 떠올라서. 제가 그때가... 노래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한국에 왔을 때에요. 한국에 왔는데 먹고 살아야하니까 영어 학원에서 가르치면서 그럴 때여가지구. ‘아, 내가 돈 걱정 아니면 이거 안 해도 되는데‘ 생각들을 할 때였어요. 그 때 초등학생들 가르쳤는데 애들이 말도 안 듣고... (웃음) 기본적으로 저는 보통의 보편적인 사람들은 돈이 아무리 많건 적건간에 자라고 죽기 전까지 돈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것 같아요. 돈이 많아서든 적어서든. 그런데 저는 그 때 없어서 고생을 했고... 암튼 보편적인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소로 한 건 서세원아저씨가 힌트였어요.
재미 : 퓨어킴에게 돈이란?
퓨어킴 : 돈은 되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현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해요. 사람이 현실적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보통 살인을 하는 경우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경우에 크게 치정 아니면 돈이잖아요. 둘 중에 하나거든요.
재미 : 그런데 한국에서 음악으로 밥벌어 먹고 산다는게 너무 힘들잖아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마주하실 수도 있을텐데 민감한 부분일수도 있겠지만, 지금 음악만으로 생계 유지가 되시나요?
퓨어킴 : 유지는 되는데 (음악만 한다면) 엄청 가난하게 살아야되겠죠.
재미 : 유지가 된다는게 신기한데요. (웃음)
퓨어킴 :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가 곡 같은 걸 번역하거나 그런 일도 하거든요. 그런 건 다 음악 관련된거니까. 근데 중요한 건 뭐냐하면 제가 현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했던 돈은 정말 현세에서 제일 중요한 거에요. 그런데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다른 거, 저에겐 신앙, 음악, 가족이 제일 중요한 세 가지거든요. 돈은 현세에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인 거에요. 보편적인 얘기를 하는 거에요. 그건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니까. 저한테 제일 중요한 건 아니에요. 저한테 제일 중요한 거는 신앙-음악-가족 세 가지의 균형을 잘 이루는게 가장 중요한 거죠. 그걸 아름답게. 이쁘게.
재미 :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을 ‘누가 안 보면 가져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는 식으로 얘기했었는데 퓨어킴씨한테는 해당 안 되는 얘기겠네요.
퓨어킴 : 네, 그 말 저도 인상 깊었는데 저한테는 해당 안되는 얘기에요.
재미 : 그런데 가족이 퓨어킴씨를 지탱하는 세 가지 중에 하나라고 말씀하셨는데 <오>에서보면 오빠보다 못한 존재로 나온단 말이에요. (웃음)
퓨어킴 : 솔직히 남자친구는 미래의 가족의 가장 근간이 될 사람이잖아요. 새로운 가족. 저는... 제일 좋은 거는 남자친구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웃음) 제일 좋은 건 남자친구죠. 어떻게 엄마가 그렇게 좋겠어요. 어떻게 여동생이 그렇게 좋겠어요. 그러 건 없는 거에요. 제일 좋은 건 제일 좋은 거니까. 어쨌든 <오>에 나온 모습이 제 진짜 성격이랑 가장 가까워요.
재미 :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랑은 정말 오래 알고 지내셨잖아요. 그런데도 아직까지 그렇게 사랑하시고 애정의 긴장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퓨어킴 :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여자가 남자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너무 슬픈 게 뭐냐하면, 예를 들어서 남편이 정말 쓰레기 같은데 자식들 잘 키우는 엄마들 있잖아요. 아니면 엄마는 최선을 다했는데 남편이 쓰레기여가지구 자식을 키운게 좋은 결과물이 안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엄마는 자기를 깎아먹었어요. 그런 경우가 너무 많잖아요. 역사를 통해 봐도 그렇고. 그렇기 때문에 저는 남자가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굉장히 같잖게 생각해요. 니가 좋은 남자 만난거지-하고. 지금 연애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제 남자친구인 것 같아요. 어떻게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지금 가능하게 하고 있어요. 아직도 갑자기 막 그럴 때 있어요. 너무 이상한 거에요. 아직도 이 상황 자체가 안 믿겨지고. (일동 웃음)
ㅇ
ㅛ
재미 : <요>로 넘어갈게요. 노래 중에 ‘자연에게 위로받는 건 해본 사람만 할 수 있어서’라는 가사가 있는데 자연에게 위로 받는 경우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겐 의외로 경험하기 쉽지 않은 감정이라, 퓨어킴씨가 이런 가사를 쓴 것 만으로 ‘자연에게 위로받는 걸 해본’ 거라고 생각했어요.
퓨어킴 : 저는 자연에게 위로받는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요.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라면서 애초에 엄마랑 풀 뜯으면서 놀았기 때문에 자연이 주는 근본적인 평화 같은 걸 알아요. 그런데 사실 이 노래 쓸 때 무슨 일이 있었냐하면, 최민수 아저씨가 폭행 사건에 휘말린 다음에 산에 들어가셨을 때였어요. 자연에게서 위로 받고 계셨을 때. 그래서 저는 어떻게 생각을 했냐하면 ‘저 아저씨는 자연에게서 위로받는게 뭔지 알기 때문에 분명히 들어갔을거야.’ 그런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사람들한테 위로를 받으려고 하는데 요즈음은 너무 외로운 사람들이 많아서 그것도 못하는 사람들은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구나,하다가 이 노래가 나온 거에요. 저는 기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자연한테 위로 받는 게 뭔지 알아요.
재미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인간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퓨어킴 : 인간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라고 생각을 해요. 물질적인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기브 앤 테이크해야 유지가 된다고 생각을 해요. 당연히 그래야 되는 게 예의고... 전 예의랑 기브 앤 테이크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서... 두 가지가 상호작용하는 거 있잖아요. 어떤 관계가 되었건 간에 모녀던지 아니면 연인 사이던지 친구 사이던지 뭐든지 간에.
재미 : 인가 관계 중에는 인터넷을 통해 형성되는 인간 관계들도 있잖아요. 그런 관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NS라던지.
퓨어킴 : 컴퓨터라고 하는게 저는 아날로그 세대가 아니라 디지털 세대라 가사 상에는 컴퓨터라고 쓴건데 저는 그걸 믿어요. 어른들이 ‘너네는 편지 보내고 그거 일주일 동안 기다리고 전화로 약속잡고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는 거 해봤느냐? 그 맛을 아냐? 그게 진짜 러브다’ 이렇게들 말씀하시는데 저는 반대로 ‘그러면 문자 때문에... 살아 숨쉬는 것 같은 문자 받아본 적 있냐고, 문자 한 번 보고 잠 못자고 벌벌 떨려서 잠 못자는 거 아시냐’고, ‘새벽에 공간이 떨어져 있는데 우리는 같이 있는 것 같아’라는 느낌을 받아보셨는지 그걸 묻고 싶어요. 그게 제 첫사랑의 시작이고 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의 시작이기 때문에. 그런 걸 얘기해 본 거에요. 저는 그게 헛되거나 별게 아니라는 말이 아니에요. 자연에게 위로받듯이 아니면 사람에게 위로받듯이 컴퓨터나 디지털 세계로부터 위로 받는 것도 굉장히 크고 대단한 거라는 거에요. 받는 사람에 따라서는. 왜냐하면 모든 것에 진실이 존재해도 사람들은 전혀 모른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팩트는 없어요. 팩트는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못 알아채는 거에요. 우리가 알아채는 것은 우리 안경을 통해서 보거나 아니면 우리의 창문을 통해서 보는거지 진짜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Truth나 팩트는 사람이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거잖아요. 여과된 거기 때문에 거기에 근접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게 진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안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이라서 객관적일 수가 없으니까.
재미 : 불멸의 진리인 ‘케바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웃음)
퓨어킴 : 네, 다 ‘케바케’죠. (웃음)
ㅇ
ㅜ
재미 : 이제 <우> 얘기로 가보죠. 잘 우시는 편인가요?
퓨어킴 : 저는 슬퍼서나 그래서는 안 울어요. 저는 감동받아서 잘 울고. 아니면 그런 거 있잖아요. 저는 착하고 예쁜거 되게 좋아하고 그래서 착한 마음에 대한 얘기나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 대한 얘기 같은 거에 되게 감동을 잘 받고...(울어요.)
재미 : 혹시 영화 <늑대아이> 보고는 우셨나요?
퓨어킴 : 어우, 죽는 줄 알았어요. 제가 되게 약한 분야에요. 모성에다가 성장물에다가... 어떻게 애기 키우는지 제가 되게 관심많거든요. 저는 기본적으로 엄마는 다 죄인이라고 생각해요. 낳은 다음부터는 다 내 책임이고 우리 아기 잘 못되면 다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재미 : <늑대아이> 얘기를 왜 꺼냈냐면 막둥이 모습이 <늑대아이>에 나오는 꼬마들 모습이랑 비슷할 것 같아서 한 번 질문드려봤어요.
퓨어킴 : 저희 집 자체가, 양평에 있는 집 자체가 걔네 집이랑 좀 비슷해요. 그런 느낌. 되게 트이고 뒤에가 바로 산이고 밭도 엄청 막 그러고.
재미 : 최근에 울어본 적은 언제세요?
퓨어킴 : 그냥 남자친구랑 전화하다가 다른 얘기 전해주다가 감정 이입해서.
ㅇ ㅠ 재미 : <유>로 넘어가볼게요. <유>는 ‘짝사랑의 마음을 유기농법으로 재배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씨앗이라고 노래하는 내용’이라고 노래 설명에 나와있어요. 본인 짝사랑 경험에 대한 노래인가요? 퓨어킴 : 이건 제가 웬만하면 제 얘기를 쓰는데... 집에서 밭을 보다가 엄마가 유기농이 어쩌구저쩌구하는 얘기를 해서 귀찮아하다가, 귀찮아하면서도 좋아하는 그런 기분이 됐단 말이에요. 무 심은 거 쳐다보면서 좋아하고. 음... 그래서 이건 감정이입한게 아니라 밭보다가 그냥 지은건데... 그냥 중간에 이런 거 들어와도 괜찮겠다해서 지은 거에요. 저는 그런 건 있었어요. 저를 누가 먼저 좋아한다고 하면 한번도 좋아한 적이 없는데 제가 사귀었던 사람들은 저를 괜찮게 생각을 했는데 저한테 바로 다가온 게 아니라 저를 꼬셨어요. 다. (웃음) 아주 은근하게. ㅇ ㅡ
재미 : <으>로 넘어오면 ‘쌍둥이를 통해 자기 혐오감을 표현하는 화자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라는 설명이 붙어있어요. 그러면 <으> 같은 경우에도 <유>처럼 퓨어킴 씨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상상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에 대한 걸 노래로 표현하신 건가요? 퓨어킴 : 저는 쌍둥이를 보면서 진짜 싫다고 생각했어요.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는 거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싫은 거에요. 똑같이 생긴 사람이 또 있다는게. 쌍둥이들은 서로 다르다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엔 거의 비슷하잖아요. 전 그런 존재가 있는게 그냥 싫은데, 거울을 보는 거는 또 좋아해요. 화장 지우거나 상태 진짜 안 좋은 날 있잖아요. (그런 날)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못쳐다보잖아요. 그런데 거울을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그냥 보고 있는 거 좋아하고 책상 앞에도 항상 거울이 있어서 작업을 할 때도 계속 거울을 보고 있는 거에요. 내가 나를 보는 것처럼. 그래서 그 두 가지 생각들이 결합이 된건데 저는 자존감이 되게 강하고 저를 사랑하는 사람인데... 사실 어떻게 그럴 수만 있겠어요. 그런게 99%있으면 1%있는게 자기 혐오감일텐데 그게 극단으로 갈 때가 있거든요. 내 자신이 너무너무 싫을 때. 지금은 제가 좀 (상태가) 괜찮은데, 말씀드렸지만 10살부터 25살까지 아주 긴 사춘기 기간 동안에 되게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타고 난리가 났었을 때, 되게 싫은 순간에는 마음 속으로 자해랄 정도의 이상한 짓을 했어요. 그 때의 그 감정들을 표현해본 거라 이 노래는 쓸 때도 힘들었고 부르는 것도 힘들어요. 그리고 이 노래는 낮았다 가장 높은 데 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그래가지구 스킬적으로도 약간 부르기 어려운 노래구요. 결론적으로 이 노래는 제가 이쁜 체리하나 키웠는데 예쁘기도 하고 야하기도 한 그런 체리가 있는데 체리나무에 체리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얘는 썩은 체리, 벌레 먹은 체리 그런 거에요. 재미 : 가사가 시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으실 것 같은데 퓨어킴씨는 책을 많이 읽거나 글을 많이 쓰시거나 하셨나요? 퓨어킴 : 음... 저는 책 되게 싫어해요. (웃음) 저는 뭐랄까... 시각적으로 약해요. 그러니까 제가 지금 라섹을 하기는 했는데 시력도 안 좋았고 기본적으로 저는 오랫동안 뭘 못봐요. 그래서 이쁜 거를 스쳐지나가듯이 보는 거 좋아하구... 컴퓨터 화면이나 영화도 끝까지 저는 잘 못봐요. 눈이 힘들어가지구. 되게 괴로워하고 보물찾기도 찾아본 적이 없어요. 책도 마찬가지로 보면 막 어지럽고 싫은데.. 재미 : 그럼 생각을 많이 하시나요? 퓨어킴 :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하구... 글쎄...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건 있었다! 저희 엄마가 (저 책 읽힐려고) 문인학교라는 걸 열어주셨어요. 별헤는 밤, 윤동주, 뭐 사슴.... 아후... 그 때는 정말 싫었어요. 안 읽으면 엄마가 막 밥 안 주고 그러니까. 눈 앞에 돈까스 튀겨져 있는데 안 외우면 돈까스도 못 먹고. 재미 : 시를 말해야 밥을 먹을 수 있었군요. (웃음) 퓨어킴 : 그런 영향도 있었고 기본적으로 언어나 말에 관련된 거는 조금 그냥 원래 내츄럴하게 (재능이)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재미 : 가사에 묻어나오는 시적 리듬감이나 그런게 그냥 자연스러운거였군요. 일종의 타고난. 퓨어킴 : 그런가요? 음... 리듬감 그런 얘기하시니까 무슨 얘기인지 알 것 같기도 한데... 음... 저는 차라리 힙합적이라고 생각해요. 시보다 라임. 재미 : 퓨어킴씨의 그런 가사 속에 내재된 시적인 리듬감 같은 것들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더라구요. 퓨어킴 : 저야 좋아해주시면 좋죠. 저는 좋아해주는 거 좋아하니까. 그런데 저는 좋아하는 것 보다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서... 좋아하는 경우도 있지만 싫어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서 누가 저나 제 음악에 댓글로 ‘싫어!’ 뭐 그렇게 해도 저는 ‘나는 너를 모르는데 너는 나를 보고 음악을 듣고 생각을 하고 그걸 또 글로 쓰기까지 했구나. 내가 이겼네’라는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저는 ‘누군가가 (나에 대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라는 기본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 있잖아요. 마릴린 먼로는 가만히 있다가 그냥 떠올릴 수 있잖아요. 저는 (저를) 떠올리는 루트가... 음악을 해야 (저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을 선택한 거기도 하거든요. 영화는 진짜 다 있어야 되고 그림은 제가 재능이 없으니까 못하는 건데 음악이 접근성이 제일 좋으니까. 재미 : 퓨어킴씨 저희한테 이기셨네요. 퓨어킴씨 음악 많이 듣고 생각 많이하고 있거든요. (웃음) 퓨어킴 : 이겼네요. 그럼 됐어! (웃음) 재미 : 무관심보다는 (차라리) 안티를 좋아하시겠어요. 퓨어킴 : 네, 저는 그거 자체가 되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누가 나를 생각한다는 거 자체가. 뭐 사람이니까 기분이 나쁠수도 있겠는데 그러면 남자 친구한테 ‘아, 누가 이런 말 했다더라.’ 이르기도 하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근본적으로 제일 중요한게 오래가고 쭉 갈려고 하면 기본이 되고 지혜랑 현명한 게 있어야되는데 저의 지혜와 현명함은 그거에요. 어차피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할거구... ‘그게 객관적으로 약간 특이하고 도발적인게 있다더라 그렇다면 (사람들이) 그걸 싫어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계속 그렇게 할 거 잖아. 그리고 나를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잖아. 그러니 어쩌겠어.’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거에요. 저는 기본적으로 어떤 면에서 굉장히 쿨해요. 그래서 그게 별로 안 어려워요. ‘그냥 뭐 나는 괜찮은데. 어차피 나는 가족들하고 친구들하고 남자친구한테는 1빠니까. 뭐. (웃음) 내 지인들은 나랑 친하면 좋아하니까. 그러면 됐지, 뭐’ 랄까. 재미 : 그러면 퓨어킴씨는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기로 결심을 했고 앞으로 계속 하실거잖아요. 그런데 저희 감으로는 앞으로 팬도 훨씬 많아질거고 바빠지시고 유명해지실 것 같단 말이에요. 그렇게해서 예를 들어 소위 메인스트림에서 음악을 하게 되시면 어떤 상업적 타협에 대한 결정을 할 시기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럴 경우 자신의 창작 의지를 지켜나갈 각오는 있으신가요? 퓨어킴 : 일단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감사하구요. 음... 글쎄요... 저는 벌써 다음 앨범 트랙 리스트를 다 정했거든요. 다 정해놨구 이제 작업 시작하면 되요. 일단 올해까지는 작업은 쉬고. (웃음) 그런데 저는 목표가 뭐냐하면, 음악 오래동안 지속하는 거구, 한 번에 유명해지거나 그런 게 아니고 제 마인드 자체가 아티스트로서의 마인드가 있기 때문에 저한테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창작을 못한다고 하면 그거는 의미가 없어요. 저는 진짜 자신 있어요. 그거는. 저는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원하는 방식으로 창작을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음악으로 돈을 못 벌게 되도 뭐... 괜찮아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에요. 그렇게 하는 거 아니잖아요. 재미 : 저희는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퓨어킴 : 화이팅. (웃음) ㅇㅣ 재미 : 마지막 트랙 <이>에 대해서는 ‘불안전한 관계에 대해 자포자기하는 불안한 여자가 할수 있는 현실적인 마음을 담은 노래’라고 설명을 하셨어요. 그런데 어떤 얘기인지 잘 모르겠어요. 퓨어킴 : 이게 두 번째 연애 끝물에 대한 얘기에요. 그래서 헤어진 건데. 재미 : ‘가끔씩은 나 데리고 사느라고 네가 고생많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죽어도 닿지 않는게 있고 당신은 그걸 이해 못해’ 요 부분은 이해가 됐거든요. 퓨어킴 : 딱 그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헤어진 거에요. 음...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지금 남자 친구는 [ㅇ] 안 좋아해요. (일동 웃음) 계속 다 그(옛날 연애) 얘기거든요. 자기 얘기 아니고. 재미 : 그래도 지금 남자 친구가 다 받쳐주니까 그 얘기들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퓨어킴 : 그러니까요.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멍청이. 재미 : 흙같은 남자친구인데. (웃음) 퓨어킴 : 그래서 다음 앨범은 걔한테 헌정할 거에요. 다 지 얘기로. (일동 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할 거에요. 재미 : 퓨어킴에게 가사는 어떤 의미인가요? 퓨어킴 : 음... 가사랑 목소리랑 편곡 얘기를 가장 많이 듣는 거 같은데... 제가 테마를 세운다고 할 때 어떤 얘기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음악 장르에 대해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내가 나도 모르게 가사에 치중해 있구나 하는 걸 그 때 깨달았어요. 그리고 제가 평상시에 메모를 많이 해요. 메모를 해서, 가사 한 줄일 수도 있고 노래의 컨셉일 수도 있고... 떠오르는 것들을 메모를 해 둔 상태에다가... 저는 그걸 숙제처럼 여기는게... 뿌듯하단 말이에요. (웃음) 저는 200곡 써놨다가 10곡 뽑아서 앨범에 실으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걸 다 버려, 아유 싫어.’ 그러고. 그래서 그게 있어요. 프레드릭이라고 하는 쥐가 나오는 동화책이 있는데... 쥐가 있어요. 걔는 아무 일도 안 하고 그냥 그러고 있어요. 친구들이 ‘너 뭐하냐? 일 해야지’ 그러면 ‘아니야. 난 상상하고 있어’ 그러는 앤데 그래서 다른 애들이 ‘저런 넋나간 놈’ 이러고 있다가 겨울이 되가지고 애들이 너무 심심해 하니까 프레드릭이 자기가 상상한 얘기를 하나씩 해줘요. 그래서 프레드릭의 얘기가 다른 쥐들을 행복하게 해준단 말이에요. 저는 프레드릭인 거잖아요. 저는 프레드릭인거니까 평상시에 준비를 해 놓다가 마음 잡고 하는 건데... 곡을 쓰는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길게 안 쓰고 테마나 한 문장 같은 걸 써요. 그래서 예를 들어가지고 <아>같은 경우에는 ‘하지마라, 절대 하지마라-통제의 언어’ 딱 쓰고나서부터 첫 시작 ‘아기~’ 쓰고 나면 다음부터는 되게 자연스럽게 나오거든요. 사실 그 전까지가 약간 시간이 걸리지... 그래서 전 그런게 있어요. 제가 뮤지션 의식이 부족한 건지도 모르겠는데, 예를 들어 뭘 하면서 엄청 고생스러운 거 있잖아요. 죽겠고, 이런 건 못해요. 작업할 때 같은 경우에도 제가 지금까지 (당시) 남자친구랑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녹음하다가 ‘못 해’ 그러고 엎어지고 그런단 말이에요. 그러면 저를 달래고 다시 일어나서 작업하고. 방향은 다 잡혀있으니까. 아무튼 계속 그런 식으로 했으니까 되게 힘들면 못하겠다고 그러고,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해왔어요. 보면 완벽주의자도 아니고... 저는 그게 보여요. 귀찮아서 넣은 노이즈구나. 전 귀찮아서 넣은 노이즈 되게 많거든요. (웃음) 다시 하자고 그래도 ‘싫어’ 그러고. 그런 게 되게 많아서... 저는 완벽을 생각 안 해요. 완벽이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한테 완벽은 없다고 생각을 하고, 완벽에 가깝게 노력을 안 해요. 재미 : 아까 말씀하셨던 어떤 거에는 되게 허술하고 어떤 거에는 되게 꼼꼼하고 딱 그거네요. 퓨어킴 : 네, 처음 할 때는 엄청 꼼꼼한데 어느 순간 지나면 풀어지는 거에요. 노래도 다시 불러보라고 하면 ‘또 다시 불러서 내가 완전히 다른 거 할 수 있어?’ 생각해 봐가지고 아닐 거 같으면 그냥 말아요. 녹음 할 때도. 재미 : 일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거 안 좋아하시는군요. 퓨어킴 : 아휴, 그럼요. 안돼요, 스트레스. 즐거워야죠. 재미 : 윤종신씨가 네이버 뮤직에서 언급을 하셨어요. 그에 대한 반응이 좀 있던가요? 퓨어킴 : 네, 네이버에서 얘기해주시고 라디오에서도 몇 번 언급해주시고 해서 저를 아시는 분이 더 늘어난 것 같아서 감사하고 그렇죠. 그리고 유명한 분이 저를 칭찬해주시다 보니까... 음악도 잘하고 오래 하신 분이고. 그걸 통해서 엄마도 안심을 하는 거에요. 엄마는 대중문화 쪽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데 주위에서 윤종신씨 유명하다고 하니까 그걸로 자랑하는 거에요. (웃음) ‘윤종신이 좋다고 했대’ 이러면서 우리 엄마 신나는 거에요. 그리고 그런 거 있잖아요. 주위 사람들을 안심시켜 주는 거. 저는 또 되게 중요하니까. 엄마가 ‘얘가 밥은 먹고 살려나’ 얼마나 걱정하는데... 엄마들은 죽을 때까지 걱정할 거 아니에요. ‘시집은 가려나... 공부는 시켜놨는데 제대로 하려나...’ 재미 : 자, 그럼 이제 [ㅇ] 얘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Mom & Sex]와 [ㅇ] 사이에는 어떤 일관성이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미묘한 차이점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 차이점은 노래 부르신 언어의 차이에서 연유한 걸까요? 아니면 시기가 원인이 된 걸까요? 퓨어킴 : 음... 처음에 할 때는요, 뭐라고 해야되지... EP가 좀 더 간략하고 예술적인 시도가 좀 더 크고 한데... 사운드의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EP같은 경우에는 드럼이 하나도 없어요. 쿵쿵-이 하나도 없다가 그 다음에 쿵쿵-을 다 넣어서 그래요. 그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고... 그러니까 쿵쿵-이 들어가면 사실 BPM 같은 거 보면 큰 차이는 없는데 조금 더 빠르게 느껴지고... 그리고 프로듀서가 힙합 프로듀싱 하던 애였기 때문에... 쿵쿵-이 처음에는 박자가 완전히 힙합이었어요. 그걸 되게 많이 순화시킨 거에요. 그런 것도 있을 거고... 제가 되게 감성적으로 자유롭게 하는 부분도 있고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하는 부분도 있고한데, 저의 (그 작업을 할 당시) 이성과 논리는 그거였고 지금의 논리는 이거였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지금의 저는 이제 ‘성장’은 끝나고 ‘성숙’이잖아요. 스무살 넘은면 성숙인데 성숙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하나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자연스러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 시절에 제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움을 하는 거고, 그게 좋아서 했던 거였고... 제가 다음 앨범 같은 경우에는 컴퓨터를 안 쓰려고 그래요. 저는 지금까지 다 컴퓨터로 한 거거든요. 녹음도 그렇고 기타랑 피아노 빼고는 다 컴퓨터로 했는데... 특히 [ㅇ] 같은 경우에는 기타도 컴퓨터 미디 기타로 했어요. 아무튼 다 그랬는데 이번에는 약간 내추럴한 그런 사운드로 할라고 해요. 사실 제가 [ㅇ]을 만들 때는 그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어요. 둘이서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은 그거였거든요. 그때 노래 만들고 총 작업한 게 2개월이에요. 2개월 동안 다 했어요. 지금은 제가 세션을 구한다고 하면 이제는 음악하는 친구들 중에서 저를 좋아하고 그러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그 친구들하고도 할 수가 있는 거에요. 그런데 전에는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 식으로 저란 사람이 음악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 담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특별히 언어나 그런 것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그때 그때 여건에 맞게 작업한 결과가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재미 : 이제 앨범이 나왔고 11월 3일에는 쇼케이스를 앞두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끝으로 간단한 홍보 말씀 부탁드릴게요. 퓨어킴 : 개인적으로 제가 ‘앨범’냈다 그런 중요한 것도 있겠지만 앞으로 저는 계속 음악할 사람이고 저를 한 번 좋아하시면 계속 좋아하실 거에요. (웃음) 음.. 제가 한국어 정규 앨범은 이제 한 동안 안 낼거에요. 그러니까 [ㅇ]은 그런 점에서 특별한 앨범이에요. 그래서 소장가치가 있는거고 그리고 쇼케이스 같은 경우에는 음...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를 믿으세요! 저는 계속 앞으로 음악을 할 사람이고 잘 할 사람이에요. 그런데 제가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첫 번째 쇼케이스에요. 그리고 제가 처음으로 밴드랑 함께 콘서트나 쇼처럼 진행하는 공연이기도 하구요. 그러니까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데, 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그래서 저를 좋아해주시고 있고 좋아해주실 분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공연이 될 거에요. 어떻게보면 첫 경험을 공유하는 거잖아요. 앞으로 어떤 무대에 서도 저는 이번 공연은 못 잊을 거에요. 어떤 큰 무대에 서거나 어떤 대단한 무대에 서더라도. 저한테는 가장 의미가 있는 것중에 하나가 될 거란 말이에요. 이번 공연이. 그리고 제가 활동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지금은 제가 제 팬들의 뭐 아이디라거나 이름같은 것들을 기억을 해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이번 공연장이 소규모 공연장이기 때문에 서로 소통하고 그런거... 음... 나중에는 제가 그런 거 기억 다 못하고 그럴수도 있는데... 이번 공연은 제 눈에 익은 분들이 아마 많이 오실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약간 학예회같은 느낌도 날 거고. 화기애애하게. 나도 알고 너도 아는 그런 얼마 안되는 기회가 될 테니까. 나중되면, 그러니까 제가 더 많은 팬이 있고 그런 거에 좀 익숙해진다고 하면 지금보다 팬분들 얘기같은 거에 덜 관심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집중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재미 : 쇼케이스만을 위한 특별한 계획같은 것도 준비되어있나요? 퓨어킴 : 첫번째는 밴드, 얄개들이랑 같이 하는 거. 그 다음에는 ... (*재미 주: 저희는 대답을 들었으나 공연을 찾으실 분들을 위해 더 이상 밝히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궁금하신 분들은 쇼케이스로 고고!) 재미 : 아무튼 퓨어킴의 팬이라면 반드시 가야할 공연인 것은 분명하겠군요. 퓨어킴 : 네, 그리고 공연보고 돌아가실 때 정말 만족하면서 돌아가실 수 있는 공연이 될 거에요. 재미 : 그러면 인터뷰를 마무리 짓기 전에 마지막 질문 하나만 더 드릴게요. 최근에 퓨어킴씨에 영감을 준 것 하나만 말씀해주시겠어요. 퓨어킴 : 음... 이걸 벌써 얘기하면 안 되는데 (웃음) 제가 확 와야되는 게 있어야 (작업이)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Mom & Sex]는 엄마 꿈이고 [ㅇ] 같은 경우에는 ‘한국어로 내야지’ 이거였거든요. 이번 같은 경우에는 제 친한 친구가, 지현이라고 제 앨범 아트 워크해준 친군데 걔가 아빠가 주재원인셔서 가족이 파리에 다 갔어요. 올해 초에 있었던 일인데, 걔 여동생이 미국에 사는데 방학이 되서 파리에 놀러왔대요. 그 여동생한테 굉장히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거든요. 제 친구랑 걔여동생이랑 관광을 하고 돌아다니다가 동생이 갑자기 핸드폰을 보면서 뭉클해져가지고 있더래요. 그래서 ‘왜?’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How are you, the lover of my life?’ 메시지를 보낸 걸 보고 되게 찡-해했다고, 그 얘기를 해주는데... 저는 지금보면 어쨌거나 제 인생 중에서는 첫사랑이자 약간 마지막 사랑일 것 같은 애랑 지금은 뜨겁기는 하지만 굉장히 정상적으로 (웃음) 연애를 하고 있거든요. 어쨌든 그 얘기에 확 꽂힌 거에요. 그래서 이번에 이거를 주제로 해가지고 남자친구한테 헌정하는 앨범을 만들어야겠구나 생각을 하게됐어요. 여하간 그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거 보고 감동했다는 얘기가 최근에 가장 영감을 준 거였어요. 그리고 저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거를 할건데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거는 <Fly Me to the Moon> 같은 노래라고 했잖아요. 보편적으로 너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 그리고 너무 좋기 때문에 대중적이 된 거 있잖아요. <Fly Me to the Moon>이 버클리 시험볼 때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구요, 저는 그 노래가 제가 아는 노래 중에 제일 예쁜 노래인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 의미니까요. 이 노래가 정말 명곡이고 이런 걸 떠나서 나한테 가장 와닿고 예쁘고 소중한... 내 걸로 하고 싶은 노래기 때문에 저한테 가장 의미있는 노래라는 얘기에요. 사실 저는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남의 노래 부르는 거는 저한테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Fly Me to the moon>은 달라요. 너무 행복한 거에요. 인터뷰는 여기까지. 사실, 준비된 질문을 다 묻고도 우리들의 수다는 도란도란 계속되었습니다만, 지면 관계상 앨범과 뮤지션으로서의 퓨어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실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즐겁고 유쾌한 ‘대화(질의응답이 아닌)’ 를 가능하게 한 퓨어킴, 감사하고 사랑해요!
[출처]내가 좋아하는 김승일 시인의 재미공작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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