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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을 남기다

미송 2014. 6. 26. 09:10

 

 

어제 아침 출근하려고 대문을 나서다가 호박에게로 가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EM을 두어 번 뿌려줬는데도

개미들이 바글바글 사다리를 타듯 오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지난 밤 보았던 두 개의 호박은 다행히 무사했다.

다른 호박잎 위로다 엉덩이를 살짝 올려주자 아이쿠, 욕창날 일 없겠네 하며 호박이 좋아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호박꽃이 예쁘다. 만만하고 푸짐한 아줌마처럼 좋다. 한 번 아줌마는 영원한 아줌마

그러는 것 같다. 호박들이……

 

 

났던 자리에 또 나고 또 피고 하는 채송화들을 보면 씨앗의 위력이 느껴진다. 씨앗들아!

고맙다 고마워! 대신 외쳐주고 싶다. 어렵게시리 한자로 바람벽에 낙서를 해 놓았다.

누굴까, 무슨 뜻일까.  

 

 

  

녹색가게에서 할머니들과 지내면서 솔솔 밑반찬을 얻어먹는 게 숨은 기쁨이다. 고추튀각은 정말 맛있는데, 나는 여태껏

한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대신 매년 얻어먹는다. 아침에 고추튀각 하나 달랑 올려놓고 밥을 먹는데, 다행히 간장마늘을

쪼개 제 입에 넣던 제이가 다른 마늘 한 쪽을 건네며 몸을 꼬았다. 닭살이 돋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다 그런 거야 사랑이란 게…….

내가 이렇게 운을 떼자, 아이고 우리 정자 많이 크셨네! 이젠 어록을 다 날리시고 그런다. 어록을 날린다 말에 나는 웃는다.

언어에 약한 나라서. 하지만 뭐 정말 그렇지 않은가 사랑이란 게 호박 따 먹고 호박씨 까고 고추 따먹고 호호 불고 마늘 쪼개 

먹고 몸 꼬고 뭐 그런 거 아닌가. 넘 줌마스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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