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변항 / 오정자
오래 달리고 싶은 밤이면
우리 죽변항으로 차를 몰자
사랑의 선을 수평선 끝에 이어
오래 달리고 싶은 밤이면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녹슨 문을 때리는 죽변항으로 가자
황당하고 춥고 거친 파도가
잔물결 치는 아침바다가
눈높이에 선을 그어 무료하기도 한
어떤 각오가 필요하기도 한 곳
주말인데도 방값을 깎아준다고
선심을 쓰는 주인아주머니
거짓말도 주름살도 대책 없이 늘어난
눈 흘기며 나오다가도 웃는 곳
신산한 때 벗겨주고
고민도 행복이라고 믿게 해 주는
죽변항으로 차를 몰자.
시집 <그가 잠든 몸을 깨웠네, 2010 레터북> 22쪽
2012, 죽변항 가는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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