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심보선, 「호시절」

미송 2014. 7. 22. 07:26

 

 

 

좋은 시절은 항상 지나간 시절이죠. 오늘 감당해야 하는 삶의 고단함과 수고가 크면 클수록 더욱 그렇죠. 그때는 가난하고 사는 것이 만만치 않았는데도 지금보다는 다들 행복했죠. 뜰의 모란과 작약은 더 화사하고, 앵두나무 가지에는 빨간 앵두들이 다닥다닥 달려 익어갔지요. 사람들에겐 덕이 있었고, 작은 성취에도 늘 보람은 더 컸었지요. 어디에나 "무구한 위대함들"이 반짝거리고, "생각의 짙은 향기"는 넘쳤으니, 그때가 호시절이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왕관인 척 둥글게 잠든 고양이"는 어떤가요?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양친부모는 살아 있고, 형제자매들은 종아리들이 굵어지고, 이웃들은 느긋했고, 누구나 들길을 쏘다닐 수 있는 여유쯤은 있었죠. 우애와 우정이 있던 그 시절, 시간은 기쁨으로 가득 찬 윤무(輪舞)와 같았죠. 예전보다 더 많이 가졌지만 지금은 더 가난하고, 더 높은 직책을 가졌지만 기쁨이나 보람은 줄었지요. 양친부모 다 떠나시고 형제자매들도 다 흩어졌으니, 호시절이 다시 오기는 아예 글러버린 것이겠죠? <장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