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골 평상에 누워 거꾸로 보이는 나무를 담는다. 9월인데 나뭇잎은 여전히 초록이고
수북하다. 오래된 나무라서 그런가 아름드리 나무통에 늙은이 흔적이 역력하다.
출퇴근길 감영 앞에 펼쳐놓은 아름다운 진상眞相을 보면서 약간은 안도하고 약간은 감사
한다. 우리 동네에도 저렇게 대표해서 수고해 주시는 분들이 있구나, 눈길을 건넨다.
금주의 작품은 쿠션 세 개. 천 색깔 고르는데도 가을을 따라간다. 어떤 남자손님은 지퍼가
살짝 커버되지 않고 허옇게 노출된 것 까지 지적한다. 그런 남자는 드문 경우지만 어쨌든
피곤하게도 하고 초보실력에 채찍을 가하기도 한다.
우리 동네는 시골 구석구석까지 축제니 콘서트니 하는 게 왜 그리 많은지.
어젯밤엔 수변공원에서 또 무슨 콘서트를 한다기에 올라가 봤더니 직장인 밴드
동호회들이 참여한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경찰관 소방관 공무원 의사 판사 아저씨들,
가장 인상 깊었던 10년 전통의 아줌마 밴드까지, 시끌시끌 들썩들썩. 모든 팀이
한 팀처럼 어찌나 질러대기만 하던지 두 시간 동안 고스란히 얻어맞고 나온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