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커피가 그리운 날

미송 2014. 10. 13. 17:50

 

 

커피가 그리운 날 / 오정자

물을 올리지 않고도
커피의 그윽함을 마신다
한 모금 쌉쌀한 혀끝 느낌이
얼음 칼처럼 짜릿할수록 이후로는
아무래도 좋아 하는 커피,
첫 느낌 강한 커피는
비밀을 간직한 요부妖婦다
설송에 싸인 집에서
새벽까지 편지를 쓰던 밤
연거푸 몇 잔의 커피를 마셨는지,
나 그렇게 커피를 곁에 두고
빈 잔에도 주전자 수증기에도
위안을 얻던 시절 추억마저 서러워하던
시간이 갔다, 잔 비우도록
위로받지 못해도 커피를 마시는
순간이 행복했다 커피에 빠진 나
헤엄치지 않았다.

 

 

 

 

커피에 관한 이야기다. 2012년에 개봉한 <가비>라는 한국 영화가 있다. 조선인 최초의 바리스타를 다룬 이야기. 영화는 좀 아쉬웠지만, 이 땅에 어떻게 커피가 전파되었는지를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스토리가 탄생하는 순간에는 늘 커피가 있지 않았을까? 커피와 스토리는 한 몸이 아닐까?

그래서 전문가를 찾았다. 커피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 자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커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제품 중 하나고, 커피에도 공정무역의 개념이 중요하며, 술이 밤을 지배하는 음료라면 커피는 낮을 지배하는 음료라는 사실을. 아래는 <커피는 원래 쓰다>의 저자, 커피 스토리텔러 박우현과의 인터뷰.

 

Q. 호모커피엔스의 창시자라고 들었다. 커피와 인류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호모커피엔스라는 말은 눈치채셨겠지만 호모사피엔스를 본뜬 조어입니다. 호모OOO라는 조어가 넘치는 시대에 창시자라는 말까진 좀. 아무튼 호모커피엔스는 커피를 마시는 인간을 의미합니다만 무조건 커피만 마신다고 모두 호모커피엔스는 아닙니다. 제가 부여한 의미는 커피를 통해 각성한 다시 말해 깨어난 인류를 말합니다.

커피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크게 두 가지 있습니다. 우선 커피의 역사가 너무 짧다는 겁니다. 고작 천년 남짓이죠. 인류의 역사에 뒤늦게 등장한 셈이죠. 또 하나는 커피 유래에 대한 정설은 없고 전설만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역사도 짧은 것이 전설만 남아있다? 저는 이 부분에 완전히 꽂혔습니다. 재밌잖아요. 커피가 스토리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커피와 인류의 만남에 대한 수많은 전설이 있지만 대략 8세기 말 아라비아 지역 이슬람 수피 교도들에 의해 비밀리 음용되다가 15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이슬람권의 일반인들에게 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수피 교도들에게 커피가 비밀리 음용된 이유는 커피가 잠을 자지 않고 기도를 하는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지요. 수피 교도들에게 커피는 신의 선물이었죠. 아무튼 커피는 이슬람에서 시작되었고 그곳에서 커피 문명이 개화하기 시작합니다. <중략>

 

Q. 네팔 공정무역커피 '히말라야의 선물'을 런칭하신 분이라고? 설명 좀 부탁한다.

 

.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질문인데요. 우선 대답하자면 맞습니다. 런칭했죠. 그런데 저 혼자 한 게 아닙니다. 지금은 서울시 박원순 시장님이 예전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등의 상임이사를 맡으셨을 때 한국에서의 공정무역 사업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셨고 열망하셨죠.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공정무역 커피 사업을 천명하셨고 제가 그 임무를 명받아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3~4명 정도가 한 팀이었는데 제가 팀장을 맡았었어요. 나이가 많아서 그랬던 거 같습니다. 아무튼 당시엔 공정무역도 생소했고 커피는 물론 커피 산업 구조에 대해서도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공부할 게 많았습니다. 정말 치열하게 부딪혔었죠. 일본의 한 NGO 단체를 통해 네팔의 커피가 판매처를 못 찾아 1년에 10톤이 버려진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한국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한다면 아시아가 우선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물이 '히말라야의 선물'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중략>

 

Q.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커피 이야기를 많이 아실 것 같다. 3가지만 부탁드린다.

 

요즘은 커피가 워낙 인기 있는 키워드 중 하나라 인터넷에 접속하면 커피 관련 정보가 쏟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허핑턴포스트도 그중 하나입니다만 아무튼 그래서 저만 알고 있는 비밀 커피 이야기는 이제 없어요. 그래서 일반인이 잘 모른다기보다는 꼭 알아주셨으면 하는 이야기를 해볼게요.

첫째, 커피는 열매라는 것입니다.
커피나무의 빨간 열매 속엔 씨앗이 두 개 맞닿아 들어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바로 이 씨앗을 볶은 겁니다. 다시 말해 커피엔 과육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달콤하고 상큼한 산미의 DNA가 들어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의 커피 시장은 구수하고 달달한 인스턴트커피가 시장을 주도해 왔기에 커피의 산미가 생략된 채 대중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커피의 산미를 한국인들은 낯설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잊고 있었던 커피의 산미를 경험해보시면 또 새로운 커피 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둘째, 커피와 와인은 이름이 같았다.
기독교 문명인 유럽인들과 달리 아라비아 반도의 이슬람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술을 대체할 뭔가가 필요했었는데 그 자리에 딱 커피가 제격이었죠. 아주 오래전 아라비아에서 와인을 카와라 불렀는데 그래서인지 커피도 카와라 불렸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커피는 술과 짝을 이룹니다. 밤을 지배하는 술과 낮을 지배하는 커피. 또는 술이 망각의 음료라면 커피는 각성의 음료. 술은 잠들게 하지만 커피는 깨우는 음료. 뭐 이 정도까지만.

셋째. 유기농 친환경 커피의 의미
커피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열매의 씨앗이고 게다가 그것을 씻고 말린 후 불에 볶기까지 하기 때문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굳이 비싼 유기농 커피는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는데요. 제 생각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는 지구 반대편 땅에서 힘들게 일하는 커피 농부들뿐 아니라 그들이 일하는 땅과 하늘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산과 대지가 농약에 오염되지 않아야 그곳의 생태 환경도 보존되며 무엇보다 일하는 농부들과 그들 가족 모두가 건강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도 건강할 수 있고 좋은 커피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죠. 말하자면 우린 커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공정무역 커피도 이런 가치를 위해 친환경 커피를 지지하고 있지요. <하략>

 

커피는 스토리다 | 커피 스토리텔러 박우현 인터뷰

출처 20141013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김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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