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회전문

미송 2014. 10. 20. 17:55

 

 

 

회전문 / 오정자  

 

이틀 째 실내에 넌 빨래를 걷지 않고 어제의 푸성귀들을 씻어 담고 강아지들을 구경하고 빗소리를 듣고 음악을 듣고 종일 불을 켜고 전자파를 피하고 손가락을 의식하고 두피를 긁고 이마를 만지고 그러고도 남은 시간은 무엇에 쓰나 배는 다시 고파지고 향긋한 냄새에 시름은 잊히고 잠시 몸에 물기도 마르고 마른 옷가지니 수건들을 차곡 접으면 기다리는 이는 반드시 오고 어둠과 밝음이 한 원 안에서 춤을 출 때 부비고 춤추고 남은 시간은 어디에 쓰나 마음은 다시 울고 도닥임에 모든 걸 잠시 잊고 빗방울들 옷가지를 적시다 돌아가겠지만 이탈하려다 잡힌 게임을 늪이라 하지 않는 당신은 누굴 쓰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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