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진, 「새들은 강릉에 가서 죽다」를 배달하며
아, 참 쓸쓸하고 아프네요.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쓸쓸한 남자가 꿈꾸는 예쁜 창녀는 시적 화자와 대칭되는 ‘자기 밖의 자기’, ‘타자화된 자아’겠지요. “변기 위에 앉아 있으면, 세상에 혼자 남겨진 두려움”은 남자의 것이기도 하고, 예쁜 창녀의 것이기도 하겠지요. 남자는 가슴에 절망과 암울만 가득하니, “누구나 늙으면 돌아갈 곳은 보건소와 원룸과 무덤뿐”이라고 중얼거리겠지요. 이 남자가 생일에 눈 내리는 강릉에 가고 싶다는 애인을 만나 여행을 떠나기를! 기차 안에서 무릎을 맞대고 앉아 삶은 계란을 까먹으며, “치킨을 좋아하나요, 나는 수면제를 좋아해요”라는 얘기도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며. 그곳이 꼭 강릉이 아니라도 좋겠지요. 그 여행에서 꿋꿋하게 돌아오면, 다시는 죽음 따위에 정신을 팔지 말아요! 죽음보다 더 많은 삶을 살기를 바래요! <문학집배원 장석주>
내 말도 많이 떠들고 싶게 만드는 시, 잘 쓰셨네요, 하고 말해 주고 싶은 시를 만났다.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도 떠오른다. 소설은 어떤 내용일까, 웃으며 시를 먼저 읽는다. 낯익는 장면들, 풍경들. 멋지게 상상된 江陵이다. 그러나 난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바다 빼면 허당인 동네. 아, 자작나무도 괜찮긴 했지만 그 곳에 가서 죽고 싶진 않은데....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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