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박준
빛 하나 들여보내는 창(窓)이면 좋았다 우리는, 같이 살아야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시절에 만났다 네가 피우다만 담배는 달고 방에 불 들어오기 시작하면 긴 다리를 베고 누워 국 멸치처럼 끓다가 '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이었다' 정도의 글귀를 생각해 너의 무릎에 밀어 넣어두고 잠드는 날도 많았다 이불을 개지도 않고 미안한 표정으로 마주 앉아 지난 꿈 얘기를 하던 어느 아침에는 옥상에 널어놓은 흰 빨래들이 밤새 별빛을 먹어 노랗게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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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시에는 광장이 없습니다. 조그마한 창, 방안, 옥상……. “같이 살아야 같이 죽을 수 있다”고 외치는 젊은 연인들.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 그들에게는 작은 옥탑방이 우주이자 광장입니다. 그곳이 세상의 중심입니다. “사람이 새와 함께 하는 방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 사랑이란 서로를 그 무엇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광장에 풀어 놓는 것입니다. <시인 최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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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아들과 카톡을 했다. 오랫만에 해도 묻는 말과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건강과 환경을 체크하는 의미에서 감기엔 안 걸렸냐 물었다. 엄마의 걱정을 염두해선지 아들은 뜸들이다가 대답을 했다. 걸렸었는데 다 나았다고. 순간, 감기도 안 걸리고 씩씩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젊은 아들보다 더 행복하면 죄가 되려니 하는 생각에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자, 아들은 히히 웃으며 사랑해란 말을 날린다. 오랫만에 생각을 해 놓고선 사랑해 말 한마디에 기분 좋아져 쪼오옥을 날리자 짧게 뽀뽀를 해 주는 아들. 그리고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정 넘겨 가끔 기분이 또 이상해지면 나는 마구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한다. 엄한 젊은이의 시 밑에다 주절주절 푸념을 매달기도 하고, 아들 사진이 가장 많이 올라가 있는 대학시절 아들 여친의 블럭에 들어가 예쁜 모습까지 우러러 본다. 이렇게 그리움을 달래곤 한다. 어쨌든 엄마의 노파심 닮은 슬픔일랑 저들 인생에선 그림자도 안 비쳤으면 좋겠다. 초상권 침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나의 아들만큼 이쁜 처자이니깐.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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