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황학주,『노랑꼬리 연』

미송 2015. 4. 11. 11:46

 

노랑꼬리 연 / 황학주


 노랑꼬리 달린 연을 안고
 기차로 퇴근을 한다 그것은 흘러내린 별이었던 것 같다
 때론 발등 근처에 한참을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은 손을 내밀 때 고개를 수그리는 것이니까
 길에 떨어진 거친 숨소리가 깜박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거다
 아물면서도 가고 덧나면서도 가는
 그런 밤엔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할지
 네게 물어도 될 것 같았다


 도착하고 있거나 잠시 후에 발차하는
 기차에 같이 있고 싶었다
 내 퇴근은 날마다 멀고 살이 외로워
 노랑꼬리 연이 필요했던 것이리라
 어디에 있든 너를 지나칠 수 없는 기차로 갔던 것 같다
 너의 말 한마디에 하늘을 날 수 있는 댓살이 내 가슴에도 생겼다
 꼬리를 자르면서라도 사랑은 네게 가야 했으니까
 그것은 막막한 입맞춤 위를 기어오르는 별이었던 것 같다
 

 내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운명은
 오래오래 기억하다 해발 가장 높은 추전역 같은 데 내려주어야 한다
 바람이 분다
 지금은 사랑하기에 안 좋은 시절
 바람 속으로
 바람이 분다
 지금은 사랑하기에 좋은 시절


 네게로 가는 별, 댓살 하나에 온몸 의지한
 노랑꼬리 연 하나 바람 위로 뜬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생강나무의 꽃을 보신 적 있나요? 지난 주말 친구 집에 갔다가 꽃병에 꽂힌 작고 노란 꽃을 보았습니다. 산수유인가 하고 지나치려는데 친구가 산수유가 아니라고 하면서 둘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이 시를 보자 갑자기 생강나무 꽃이 떠올랐습니다. 노란색 연을 소재로 한 잔잔하고 아름다운 언어 때문이겠지요. 아마도 시인은 땅바닥에 떨어진 노랑꼬리 연을 주웠던 모양입니다. 노란 연을 안고 퇴근하는 길, 그는 “너의 말 한 마디에 하늘을 날 수 있는 댓살이 내 가슴에도” 생겨나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운명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랑은 “오래오래 기억하다 해발 가장 높은 추전역 같은 데 내려 주어야”합니다. 사랑은 상대방을 세상 가장 높은 곳에 두고 연처럼 훨훨 날아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래야 나 역시 댓살 하나에 의지해 날아오를 수 있을 테니까요. 

<시인 최형심>

 

연을 날려 본 추억과 추전역을 올라 본 경험이 있지요. 그 시절은 달랐지만 그때마다의 체온은 비슷했던 것 같네요. 느낌으로만 시를 공감할 순 없겠습니다. 무엇인지 또렷이는 모르겠지만, 익숙했던 장소 익숙했던 소재나 문장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야 고개가 끄덕여지겠네요. 시도 사람이나 사물 같아서 시공을 초월해 시각에 들어올 순 없는 것 같네요. 댓살이 무엇일까 두 번쯤 갸웃했을 뿐, 나머지의 것들은 다 알아차렸습니다. 5~6년 전 서정시학에 발표한 시라니 시는 엄청나게 서정적이겠죠. 두 번 읽으니 제게도 서정이 물씬 베어듭니다. 어쨌든, 경험으로 봤을 때 추전역은 언제나 늘 항상 몹시 추운 곳인데, 노랑꼬리연이 무사히 이착륙을 할지가 궁금합니다. 시인의 배려로 그래도 하양꼬리가 아니라 눈에 잘 띄는 노랑꼬리로 써 주셔서 다행이지만, 음... 그렇구나 했지만, 어쨌든 연의 무사를 비는 마음이지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