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백무산 <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

미송 2015. 5. 7. 08:58

 

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 / 백무산



 그대에게 가는 길은 봄날 꽃길이 아니어도 좋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새하얀 눈길이 아니어도 좋다


 여름날 타는 자갈길이어도 좋다
 비바람 폭풍 벼랑길이어도 좋다


 그대는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그대는 그곳에서 그렇게 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대는 일렁이는 바다의 얼굴이다
 잔잔한 수면 위 비단길이어도 좋다
 고요한 적요의 새벽길이어도 좋다
 왁자한 저잣거리 진흙길이어도 좋다
 나를 통과하는 길이어도 좋다
 나를 지우고 가는 길이어도 좋다
 나를 베어버리고 가는 길이어도 좋다


 꽃을 들고 가겠다
 창검을 들고 가겠다
 피흘리는 무릎 기어서라도 가겠다


 모든 길을 열어 두겠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하나일 수 없다
 길 밖 허공의 길도 마저 열어두겠다


 그대는 출렁이는 저 바다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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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는 길이 한 갈래일 수 없습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아름다운 꽃길일 수도 있고, 나를 상처내고 때로 나를 지우며 가야 하는 가시밭길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향하는 마음이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들게 하지요. “길 밖의 허공의 길”까지 모든 길을 열어두는 것이 바로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시인 최형심>

 

 

그대에게 가는 길이 오직 한 길이라고 배우던 시절이 있었죠. 여고시절 암송했던 Robert  Frost 의 두 갈래 길 위에서 방황하던 시절도 있었고. 그 을 지나왔듯 그 시절도 내 곁을 지나갔군요. 그러나 끝났다 여기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그래서 길은 여정이 됩니다. 오늘이란 여행길, 이젠 함께 걸을요. 끌고 왔던 길을 길 위에 사뿐 내려놓고, 이젠 우리 잡고 갈까요. 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을 기뻐하면서 ?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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