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무명용사와 딸

미송 2015. 6. 6. 08:11

 

 

 

 

 

무명용사와 딸 

-기록의 흔적

 

 

60여년 전 전쟁상황이 퍼포먼스로 떴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 축사하였다 1950915일 인천 앞 팔미도 등대불을 밝혔던 캘로부대는

기로에 놓인 한반도 전세를 역전시켰습니다 벼랑 끝에서 우리를 구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자랑스러운 6.25 참전용사와 재일학도의용군

그리고 국군장병 여러분 라오스 필리핀 전 대통령 UN 참전국 군 지휘관과 내외 귀빈 여러분  

 

아버지 당신은 어디 계시나요 세기의 도박이라 불리던 인천상륙작전 20세기 전사轉史에 빛날 파노라마 속에서 서북 유격대

동키부대원이었던 당신은 아직도 적의 후방을 교란시키는 중이신가요

 

열여덟 청춘을 짚신에 민간복을 입고 동굴로 연연하셨던 무기도 식량도 군번도 변변치 않았던 당신은

입살에 쉬 오르던 이중간첩이었다 했던가요

 

군번을 말해 주세요 아버지 U.S.A가 부여한 군인경력 증명숫자 총대에 철모하나 걸쳐 놓고 죽어간 전우들 생각에 들어낼 수 없다 하셨던

끝자리는 절대 누설하지 말라던 당신의 군번

 

당신은 아직도 육도 월래도 마합도 초도 장산곶 고향을 근거지로 첩보활동을 할 때

박석산 동굴로 날라다 주시던 어머니의 주먹밥이 그리우시다 했던가요

 

적군을 분별할 수 없었던 그 밤의 유격전에서 살생의 피를 묻힌 당신은 아직도 죄책감으로 흔들리고 있나요 

하얀 전쟁 속에서 무전기를 치던 당신은 용감한 당나귀가 아니었나요

총탄에 스쳐 달아난 왼쪽 복숭아뼈 아버지,

 

황해도 대청도 연평도 서해5도가 휴전선 남방으로 책정될 수 있도록 내 고향에 목숨을 걸었지만

명예도 보상도 없이 죽어간 무명의 용사들 그들이 지켜낸 NLL에는 오늘도 관광객들 물새떼만 붐비고 있습니다

 

역사란 망각의 무대 위에 뜬 무심한 배역

 

한국 역사에 남을 자랑스러운 나의 아버지 우리도 관광이나 떠납시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동족상잔의 흉터 길 그 가운데로 들어가 이제 헤엄이나 칩시다.

 

20110625-20150606 오정자 

 

 

 

 

 

'채란 퇴고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작 노트   (0) 2015.06.21
낭만 고양이  (0) 2015.06.13
낙서들  (0) 2015.06.04
그림을 읽다  (0) 2015.05.19
분홍색 뺨 2   (0) 2015.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