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이정록,「더딘 사랑」

미송 2015. 6. 15. 10:04

 

 

더딘 사랑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어느 시조시인은 '우리가 어느 생에서 만나고 헤어졌기에 /  너는 오지도 않고 이미 다녀갔냐 / 등나무 의자에 앉아 잠시, 천년이 지난다' 고 했던가. 한 사람은 잠시, 천년을 한 사람은 그 잠시마저 없음을 설파한다. 고수들 선문답 아래 말 한마디 붙이다간 졸지에 지방(촌)년 소리 듣겠다. 그러나 가만 보자니 두 년(연의 한자어가 수두룩하여 어떤 연인지 헷갈림) 사이 행간이 들녘 같다. 이건 또 무슨 의미일까. '눈 깜짝할 새'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 했다가 또 한 번 하는데 한 달씩이나 걸리는 달의 윙크를 거론하시는 이유는 대체 뭘까. 하여간 시인들은 약간 아니 심하게 요상한 인물들. 잘만 킹 감독의 화재(火災)스런 에로틱 편집도 아니고 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