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나그네의 발길을 잡을 수 없네 / 오정자
빨간 줄 댕가당 끊어지는 찰라의 라스트라인
그 선 앞에 선 푸른 수의의 나뭇잎 하나가 전하는 말에 허기도 잊은 아침이면
태양의 발작에 종적을 감추었던 바람도 다녀 가고
베갯잇 눈물도 마르고 조각조각 아침해 떴다는 사실이야 신나는 거지
오늘은 겨울 숲 병아리에 관하여 짚고 넘어가야겠어,
숲에 바람이 들어 어리버리한 나그네들 특히 길을 잃곤 한다는데
성난 바람과 빗물 하산이라도 하는 날이면 질펀해진 마을
길을 잃고 우왕좌왕한다는데
똑똑한 나뭇잎 나그네들 알고 보면
탐욕의 냉장고 보다 등불이 더 급하다는데
높은 산 꼭대기 노랑 병아리인지 새인지 구월부터 노래하기 시작했다는 걸
너한테만 살짝 귀뜸해 주는거야 처음으로 말하는 거야
병아리 깃털에 등불을 연상하는 순간 숲이 다시 환해지고
흔들리던 길이 선명해진다 넋 놓던 숲 초록 바다로 변해
나뭇잎들 그린라인에 선다
생명이 있는 한 길은 이어지는 법이라고 나뭇잎들 재잘대는 소리,
그러나 나그네의 발길은 잡을 수 없으니
신선하지, 무서운 숲 보다 길 내는 나그네가
20071212-201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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