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꽃집 / 오정자
몇 장의 패스포트를 넘겼는지 모르겠네
낯섦의 대가大家 K, 시를 읽다 졸았네
시를 쓴 이는 필경 귀신,
외로우면 다 그렇게 되나, 사막의 휘파람새
바람이 되어 이국어로 시를 쓰나 했네
공기의 저압에 의함인지 모를 혼잣말로 중간지대를 찾았네 적 있다는 K, 옆자리에 나를 앉혔네, 중간지대는 누구의 꿈밭이었을지
K를 너무 많이 읽었나봐요 아가씨 그랬던 연緣이었네.
*K,김경주시인의 여행산문집 '패스포트'를 읽다가
20100605-20151205
어깨를 툭툭 치는 듯, 요란한 모닝콜 소리로라도 곤한 잠을 깨우겠다는 듯, 그렇게 당신은 나를 깨우곤 했지. 어젯밤에도 변함없이 당신 생각을 했고, 아침에도 여전히 당신을 생각하고 있지. 그래서 또 당신을 매만지지. 왜 자꾸만 이렇게 되는 걸까. 이제는 당신이 발음했던 단어들만 따라 해도 당신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지. 그러나 빠져나가며 가득해지는 이 기쁨을 뭐라 불러야 하는지. 나는 살았고, 살 수 있을 것 같고, 최소한 살 희망을 가졌다 생각하지. 12월 5일은 당신이 나에게 다가왔던 참으로 뜻 깊은 날이지. 당신도 알겠지만 그 날은 우리의 불륜이 시작된 첫 날이야.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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