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장남 히카리는 우리 부부가 불러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들새의 지저귐에 마음이 끌린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인간의 음악으로 이끌어 그가 절대음감을 가졌다는 사실을 발견한 아내의 노력으로 조그만 극을 만들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그 10년간의 일을 쓴 저의 글을 기노시타 씨가 읽고, '이번에 나온 책에 자네의 경험과 서로 통하는 데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어쨌든 잘 되었네!" 하는 카드를 끼워서 <망각에 대하여>라는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중략>
기노시타 씨는 앞의 에세이에서 (35년 전에 쓰인 것을, 그리고 지금 현재의 사회 정황을 생각하면서 인용합니다)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예컨대 병원에서 안온하게 죽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경우에도 현대의 일그러짐에 의해 그 사람이 살해당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과 동시에 이 일그러진 현대 안에서 걱정 없이 태평하게 살고 있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죽이는 측에 가담하고 있다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간과한다는 말을 좀 더 넓은 의미로, 잊는다는 말로 바꿔 말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정말 많이 잊는다. 또는 잊어버리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망각의 죄와 과오를 깨닫는 것은 종종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을 때인 것 같다.
오엔 겐자부로, 말의 定義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돌이킨다' 192~193쪽> 中 타이핑 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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