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노신(魯迅)의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朝花夕拾)》中

미송 2015. 10. 6. 09:40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갈 길이 없는 것입니다.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은
그래도 행복합니다.

 

아직 갈 길을
발견하지 못한 경우라면,
가장 긴요한 것은
그를 꿈에서 깨우지 않는 것입니다.

 

꿈은 클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좋은 꿈이어야 합니다.

큰 꿈, 좋은 꿈을 가지고
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그 결과와 상관없이
그는 이미 그 꿈의
절반 이상을 이룬 셈입니다.

 

 

 

 

누구를 경멸할 때,
말로써 그것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경멸이 못된다.
오직 침묵(沈默)만이 최고의 경멸이다.
독(毒)이 없으면 대장부가 아니다.
그러나 글로 나타내는 독은
단지 소독(小毒)일 뿐,
최고의 경멸은 무언(無言)이다.
그것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채로의 무언.


 

 

 

명망있는 학자와 이야기할 때는 상대방의 말 가운데
군데군데 이해가 되지 않는 척 해야 한다.
너무 모르면 업신여기게 되고, 너무 잘 알면 미워한다.
군데군데 모르는 정도가 서로에게 가장 적합하다.

 

 

 

 

“ 타인은 어느 만큼 항상 별나고 까다롭게 느껴지기 마련이고,

사람은 타인에 대해 늘 얼마 만큼 화가 나 있게 된다.” 
그러니 그침 없이 다툼·질투·오해·전쟁을 벌이는 인간에게 
평온하고 광활한 바다는 또 얼마나 위대한가! 
 
 
인생의 오후는 숙제 없는 방과후와 같은 것입니다.
이제 황혼부터 새벽까지 삶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즐기기엔 좀 늦었다고요?
아침 꽃을 저녁에 줍는다. 조화석습朝花夕拾. 
아침에 떨어진 꽃을 그 자리에서 매정하게 쓸어버릴 것이 아니라
저녁까지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도 인생은 즐겁습니다.
 

 

파우스트의 유명한 구절,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다"를 떠올리게 하는 장.

pp.16~17.

인류의 멸망, 그것은 몹시 쓸쓸하고도 슬픈 일이다. 그러나 몇몇 인간의 멸망은 결코 씁쓸하거나 슬픈 일이 아니다. 생명의 길은 진보의 길이다. 그것은 언제나 무한한 정신의 삼각형의 비탈면을 따라 올라가며, 그 어떤 힘도 그것을 저지하지 못한다. 자연이 인간에게 내린 부조화는 아직도 매우 많으며, 인간 스스로 위축하여 타락하고 퇴보하는 현상도 무척 많다. 하지만 생명은 결코 이 때문에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그 어떤 암흑이 사상의 흐름을 가로막는다 해도, 사회의 그 어떠한 비참함이 엄습해도, 그 어떤 죄악이 인간을 모독해도, 완전을 갈망하는 인간의 잠재력은 이러한 가시덤불을 딛고 전진할 것이다. 생명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 앞에서도 미소를 짓고 춤을 추며, 명멸하는 인간들을 딛고 다시금 앞으로 나아간다.

 

길이란 무엇이던가? 원래 길이 없는 곳을 밟고 지나감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던가. 가시덤불을 개척함이 아니던가. 길은 옛날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다. 인류는 영원히 쓸쓸하지 않을 것이다. 생명은 진보하고, 낙천적이기 때문이다. 어제 나는 친구 L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은 그 자신과 가족에게는 슬픈 일이다. 하지만 마을이나 고을로 보면 큰 일이 아니다. 더욱이 한 성省, 한 나라 입장에서 보자면……." L은 기분 나빠하며 말했다. "그것은 자연Nature의 말이지, 사람의 말은 아니네, 자네 조심해야겠네." 나는 그의 말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生命的路>, 1919.

 

 

 20120530-20151006 타이핑 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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