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오라버니

미송 2016. 10. 8. 11:06

 

 

 

오라버니 / 오정자

 

오라버니 어디 계세요 어디 가셨나요 왜 안 돌아오세요 

오라버니 얼굴에 얼굴을 비추네 

오라버니 보이지 않고 백미러 꽃잎 주름살만 보이네 

오라버니 떠내려 갈 때 같이 갔어야 해 

오 갑작스레 추워지네 라지에터를 켜려고 지하실로 달려가는데 바보야

오라버니가 일기예보를 미리 들으라고 했지 어째 네 책임 영역까지 이

오라버니가 챙겨야 하니 고함이 들리네 그 고함 아니었으면 나 벌써 잤을 것이네

오라버니 그래도 잔소리는 좀 그만하세요 난 이미 

오라버를 잃어버렸잖아요 바람이 부네 잎들이 뒹구네

오라버니 딱딱해진 어깨 성냥불 확 그어대던 가을 숲 그 바닥이 그래도 좋았지요 하면

오라버니 세차게 꿀밤을 먹이겠지 다람쥐가 된 나 어깰 들먹이겠지

오라버니 그냥 퇴장하시네 그러지 않아도 어깨는 굳어져만 가고  

오라버니 꽃잎의 안녕을 수호하다 점점 더 늙어 가시네 

오라버니 눈이 찢어지도록 흘겨대나 눈물을 쏟진 않네.

 

*김근 시인의 '당신의 날씨'를 감상하다가 

 

20160102-20161008

 

 

 

 

 

 

 

 

 

'채란 퇴고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방울  (0) 2016.10.30
첫눈  (0) 2016.10.12
  (0) 2016.09.06
금단현상  (0) 2016.08.25
안개의 주식(株式)  (0) 201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