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오정자
사람의 이름과 성을 닮은 꽃을 살그락 담아 놓은 적이 있지
담장 밖으로 가득했던 그 꽃 피기 전 나는 풀로만 보았는데
주홍빛 꽃 기대지 않으면 더욱 기를 쓰던 풀들은 꽃이었어
작은 꽃들이 위대해 보여서 미처 몰랐던
잊기도 하였던 이름이 안타까워서
혹독한 장마 끝에 만난 그 꽃을 나는 오래 기억하기로 했지
의심하다 잊었어도 다시 꽃을 피우던 유홍초처럼
모진 사람도 계절도 그냥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폭염 때론 폭우를 데불고 오는 것이라 또 생각하며
수줍게 들여다보던 틈서리,
20160522-201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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