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에 관한 잡담 / 오정자
겨우내 눈보라 속에서 살던 봉오리가
배시시 꽃잎을 열었습니다
활짝 미소 머금은 채 순결을 잃으려 합니다
바람은 바람을 몰고 와 바람끼리 부딪혀 흩어지고
그대 자리 잡은 자리엔 연두색 이파리
여럿 떨어집니다 다시 우리의 텃밭이 되려나요
3월이 일어서려는 동작 앞에서
덧니 봉긋하고 털 보소소한 목련이 숨쉬기운동
팔다리운동을 척척 박자에 맞춰 가며 아침 일찍
뒷동산으로 올라갑니다
촛불 심지처럼 기품 있는 여인처럼
목 빼고 봄바람을 맞는 목련을
염색머리를 한 버들강아지들이 부러워하네요
목련이 필 땐 목련을 벚꽃이 필 땐 벚꽃을
노래하면 되나요 시인이 아니어도
세상 안 그러면 삭막하데요
하늘을 한 입 베어 문 목련이
멍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꽃샘바람이 흩어놓지 않았으면 해요
춥지도 않은지 따뜻한 마음만
살짝 내려놓고 가는 목련이
마음을 담아 가지고 와서 잔치를 열면
라일락 피기 전 대지는 물맛을 볼만큼 보았으니
깨어나겠죠 봄은 꽃비를 뿌리고 거침없이 또
사라지겠죠
지난 날 목련을 중간에 놓고서
떠들던 우리들 흔적처럼.
2006
나뭇가지 위 저 새의 심중을 헤아릴 길 없네
보채는 중인지 산파중인지,
안착한 듯 보이는 저 새
나르는 법을 영영 잊어버렸는지도,
저 수의의 환한
燈
작은 부리를 단련시키는
저 꽃의 푸른
배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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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