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제, 여기 너는 내 앞에 있다
그 많은 투쟁도 어려움도
잠 못 들고 밤을 지새우던 열정도
그 많은 좌절의 고비도
이제 이 조용한 광휘 앞에
이젠 아무것도 아니다 모두 잊혀진 과거
그는 남는다 그리고 그 속에 세상도
장미라든가 돌, 새,
그리고 그들, 그 맨 처음의 무리들
이 마지막을 겁내던 철새들
이미 자명한 것들을
아직도 더 밝게 밝힐 수 있지
이런 게 더 좋다, 태양도 모르는
햇살 하나, 밤도 없는 빛들이
이들을 비춘다, 영원히.
휴가 중 보았던 영화 <미 비포 유>의 스토리를 시로 표현하면 저 시가 아닐까, 뇌리로 되뇌이다 입속에서 웅얼거려 본다. 스페인 시인 뻬드로 살리나스가 지은 사랑의 시 봄의 시. 일면식도 없었던 시인의 시, 죽은지 아주 오랜 시인의 시가 여전히 따뜻하다. 시는 가끔은 시공을 넘어 이렇게 나의 입 속 나의 손아귀 안 심장과 가슴 그리고, 그리고, 만재하듯 실존한다. 현재다 하는 감탄사와 함께 앉아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태양도 모르는 햇살 하나, 밤도 없는 빛들이 이들을 비춘다니, <당신 앞에 나를> 비춘다니, 시는, 사랑은, 영원히...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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