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안희선 <무서운 사랑>

미송 2016. 7. 9. 23:53

 

 

 

 

무서운 사랑 / 안희선

 

 

아무런 걸림없이 사랑하는 것보다
그러하지 못할 때,
사랑은 더 눈물겹도록 아름다워지니
그러나, 알고 보면 무서운 사랑
지독한 그리움으로 눈은 멀고,
님 찾는 미로(迷路)의 깜깜한 걸음에도
자꾸만 환해지는 이상한 얼굴
깊은 심장 솟구치는 애틋한 불길에
맨 가슴부터 타 들어가
온 몸이 재(灰)가 되도록, 아픈 줄도 모르니
정녕 모르고나 할, 정말 무서운 사랑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해서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면 안 된다. 무조건 좋아! 하는 건 경멸할 대상들에겐 '해당사항 없음'이니까. 도그마에 갇힌 사람처럼 무조건적인 신의 사랑타령만 하는 건 허용하기 힘들다. 아무나 쫄쫄 따라다니는 것 역시 똥개들 습성이다. 사랑의 대상을 똑바로 선별할 줄 알아야만 한다. 이러한 조건 안에서의 성취가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그러니 무서운 일이라기 보단 어려운 일에 가깝지 않을까. 

 

사랑을 제대로 하면, 건방진 사람도 겸손해 지고 머리 나쁜 여자도(남자도)별안간 똑똑해 진다. 바보들만 사랑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현명한 사람도 구원의 방편으로 사랑의 모험을 즐기고 또 수호하기도 한다. 사랑으로서만 서로가 성장해 갈 수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정작 무서운 건, 사랑의 진전도 없이 한 자리를 맴도는 자신! 이도저도 뭔 소리니 니 시방 하면, 난 관심 없어 하면, 할 수 없는 일! 20120611-20160709 <오>

 

 

영상출처 ssun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뻬드로 살리나스 <시>  (0) 2016.08.09
체 게바라 <먼 저편>   (0) 2016.07.24
정겸 <유서>  (0) 2016.05.19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0) 2016.05.18
김민정 <제 이름은 야한입니다>  (0) 201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