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이 지나는 동안 단 한권의 책도 읽지 못했다. 부끄러운 일. 인도계 혈통이라 작가의 얼굴색이 까무잡잡하다.
내가 매일 눕는 자리 바로 옆 나처럼 가로 누운 책꽂이에 저 까무잡잡한 이가 꼿꼿이 서 있었다.
얼마동안 지켜보고 있었을까. 어쨌든 팔 뻗으면 닿는 거리에 책이 있었다.
있었고, 우연인듯 책들 중 이 책을 빼어 들었고, 숨결이 바람 될때, 바람이 먼저일까 숨결이 먼저였을까,
여튼 나의 숨결은 이미 가빴고 거칠었고 달처럼 뜨거웠다 이내 식은 음식마냥 떨떠름한 상태였으니,
일과를 마치고 샤워를 마치고 양치질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한 두 시간을 투자하여
단 이틀 만에 다 읽은 책, 이런 책을 만난 건 행운이야, 하며
책장을 덮는 순간 감동이 온 몸에 베어든다. 언제 나 모르게 책을 주문해서 읽었을까,
읽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J할배, 따라서 고맙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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