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안색을 살핀 바다가 잿빛이었다 / 잿빛 바다네 / 잿빛 가까이로 우리는 걸어갔다.
"잿빛! 매력있는 빛깔이지? 옥빛 바다는 맑고 아름답지만 오늘처럼 저리 잿빛나는 바다는 왠지 함묵하고 있는 게
더 많을 것 같고 뭔가 더 비밀한 얘기를 들려줄 것 같고 그렇지 않니, 그치? "
4월의 첫날, 연로하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돌아오다가 동해에 사는 죽마고우 집에도 잠간 들렸다.
참 예쁘게 살고 있는 사람들. 나는 그들이 고맙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10년 전 억울했던 사연을 들려주며 찔끔찔끔 울어줘서, 딸년한테 밥 한번 얻어먹으며 당연지사란 표정을 지어줘서,
무엇보다 열심히 살아줘서....고맙다.
잠간 또 잠간 스치는 바다는 지루할 정도로 보았지만 그 잠간이란 절묘함으로 인하여
항상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