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가브리엘 루아, 「삼리웡, 그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미송 2017. 8. 1. 21:32

 

 

 

삼리웡, 그대는 어찌하여 조상들의 뒤를 따라 서역으로 가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대가 옳았다. 가방 하나 달랑 들고 그대가 다다른 곳엔 인간이 손으로 빚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대에게 막막함을, 존재의 현기증을 안겨 주는 저 먼 지평선 밖에 없다. 너무나도 외롭고, 너무나도 비통한 느낌이 바로 그대가 신을 만났다는 증거이다. 신 이외에 아무것도 볼 수가 없는 그곳, 이제 막 시작된 그대의 새 출발은 이미 자기 이상(以上)의 위대함을 실현하고 있다. <서영은>

 

 

한 자리에서 잠들고 깨어나고 또 일과가 시작된다. 매일같이 여행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좋은 동반자나 도반을 만나 무료하지 않게 걷는 길이 좋으나, 홀로만의 여행길을 꿈 꾸어보라 종용하던 이도 있었으니, 어떤 불가항력적인 힘에 떠밀려 바닥에 닿았던 그 순간 길은 시작되었을까.  하늘엔 飛行雲 땅에는 포말들. 섬과 섬. 은하수와 바다. 너와 나. 과 .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우리 사이에 수많은 지평선과 수평선들이 살고 있다. 길 떠나왔던 나도, 나를 떠밀었던 길도, 낭떠러지도 없던 그 곳이 꿈길이었나, 묻지 않는다. 물길 위에 물꽃을 찾지 않는다. 초인을 기다리지 않는다. 길과 인간이 한 폭 풍경으로 조우하다 한 권의 시집처럼 덮힌다. 머나먼 지평선과 수평선. 여행자의 길. 더 아찔한 쪽을 향해 오늘도 걷는다. <오>    

 

2015.10.17 07:53~2017.08.01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