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이현승 <이것도 없으면 너무 가난하다는 말>

미송 2017. 8. 6. 11:05

 

 

 

 

 

이현승 시인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200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2007년 시집 「아이스크림과 늑대」랜덤하우스

 

 

하나의 해체로 모든 게 해체되리란 기대는 갖지 않았다. 이분법적 결과나 어떤 의도된 결실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의도와는 무관하게 시간을 따라 모든 게 분열되어감을 보는 일, 불완전한 생의 본질을 응시하는 일 같다.  천재 이상(李箱)이 말했던 (비밀이 없는 자 가난하고 불쌍한 자) 19세기식 발언과 21세기 시인의 꿈과 가난에 대한 발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해변을 이루는 무수한 모래알들이 이전 삶에선 한낱 사금파리였다는 상상을 해 본다. 급조된 상상 속에서 나래를 펴 생의 아픔과 가난과 상처들을 핥는다. 절망의 원래 모습은 희망이었다. 몇 백겁의 꺼풀을 벗었는가 묻지 말고, 그저 담담히 오늘을, 오늘이 직면케 하는 절망들을 보듬을 것. 그조차 없다면 삶이 너무 초라할 것 같다는 시인의 온기(차갑고도 뜨거운)어린 말에 그냥 끄덕여 볼 것.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