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기차바퀴가 박달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기사가 대서특필되자
사람들은 배꼽을 쥐었다.
기사는 사설난으로 옮겨졌다.
박달나무에는 참박달과 피박달이 있는데 기차바퀴는 참박달을 베어설라므니...
사람들은 흥미진진해 했다
응달진 곳에 삼년간 건조시킨 후 염분 8%의 소금물에 담가서 또 삼년을 불리고 그런 후 메소포타미아에서 수입한 역청에 또 삼년간을 담가 두었다가 타클라마칸 사막의 기후를 그대로 재현한 건조실에 또 삼년간 보관했다가 순도 99%의 알코올로 180시간을 세척해 내면 마치 몇 천 년이 흘러도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미라처럼 박달나무 조직이 파괴되지 않고 강해지는데 그것을 선반에 놓고 둥글둥글 깎아설라므니...
어떤 독자가 질문하기를 아무리 그래도 강철보다는 약하지 않느냐고,
사설은 이어졌다.
강철로 기차바퀴를 만들면 탄력성이 떨어져서 레일과의 마찰에 견딜 수가 없고 바퀴의 균열과 파괴를 방지하려면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를 확보해야 되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달나무로...
아하 알고 보니 우리는 박달나무 기차를 타고 다니는구나 하며 사람들은 기사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자꾸 듣다보니 재미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천안시가 백령도에 있다는 기사가 대서특필 되었다.
기사는 연재를 거듭했다
독자들은 천안시가 충청도에 붙었다고 말하지만 천안시는 이미 백령도에 도착했다. 이는 755미터 지하로 은밀하게 밀려온 평양발 북측 지층이 남쪽 지층에 충돌한 결과로서 거대한 지진에도 불구하고 천안시만 면도날로 오려내듯 백령도로 날아가고 그 주변의 온양시나 대전시 또는 공주시에 전혀 피해가 없는 것은 한반도의 지층운동에서만 발생되는 마그마의 강렬한 버블제트 현상으로서 이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계속 수집중이며 만들고 있는 중이지만 그에 대한 성과가 없을 경우에는 신비한 지구지층 운동으로서 국가기밀에 속하므로...
사람들은 전처럼 또 배꼽을 쥐었다
귀가 어두운 노인이 큰 소리로 물었다
뭐라고? 천안삼거리에 백령도라는 주막이 있다는 거야? 내 고향이 거긴데 금시초문이야
신인작가들은 긴장했다.
SF소설이 조중동 신춘문예에 당선된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100511-201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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