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예담/420쪽/1만2천800원)
"외모" 때문에 상처받은 추녀와 미남 러브스토리
외적 허영심에 문제제기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의 허를 찌른 소설이 출간되었다.
못생긴 여자와 잘생긴 남자와의 사랑을 그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그것.
표지 디자인부터 심상치 않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17세기 스페인의 화가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이 소설표지 앞장을 꽉 채웠다. 원작에서는 왕녀들이 주인공이지만 소설표지에는 그들 곁에 조그맣게 그려진 추녀를 중심으로 디자인됐다.
표지에서 느껴지듯 이 추녀가 곧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로맨스 소설과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 "추녀".
작가는 추녀와 미남과의 사랑을 통해 세상에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야기의 배경는 80년대 서울이다. 그리고 배우 지망생인 아버지와 평범한 외모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미남형의 남자 "나"가 등장한다. 아버지가 배우로 데뷔하면서 평생 뒤바라지를 해온 어머니를 버리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던 남자 "나"의 방황으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나"는 우연히 시작된 백화점 주차장 아르바이트에서 "특별하다 싶을 정도로 못생긴 여자"를 만나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눈에 띄게 못생긴 그녀에게 더욱 마음이 갔던건 수려한 외모의 아버지가 배우로 유명세를 타면서 볼품없는 외모의 어머니를 떠난 모습에 대한 상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228쪽)."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겪은 "사랑받은 기억"을 고이 간직하기 위해 스스로 연락을 끊고 사라지고 "나"가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이들의 관계는 엇갈리게 된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의미없는 미모 경쟁을 하는 여성들에 대한 연서다. 자신없는 외모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앞에 당당할수 없었던 "그녀"와 "얼굴값"한 남편 때문에 버림받게 되는 "나"의 엄마. 그리고 버림받은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외모로 인한 주류와 비주류로 갈라놓은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모습이 투영되는 듯 가슴 한켠이 시큰하다.
"외모로 인해 누군가를 상처주지 않았나." "외모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받지 않았었나."
세상의 "못난이"들은 어느 순간인가 죄를 짓지 않은 죄인이 돼있었다.
작가는 보통 사람의 상징인 "못생긴 그녀"를 통해 인간을 속박하는 외모적 허영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외모마저도 주류와 비주류로 갈라놓은 세상의 비틀린 오류를 질타한다.
사진제공=위즈덤하우스
대한민국 시티신문 /글=이소진 기자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인숙<그 여자의 자서전> (0) | 2009.10.05 |
---|---|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0) | 2009.09.29 |
할아버지, 아버지, 나 그리고 털 (0) | 2009.09.10 |
'엉클 톰스 캐빈(Uncle Tom's Cabin)' (0) | 2009.09.09 |
Nadja, 앙드레 브르통이 만난 초현실적 여인 (0) | 2009.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