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로잡은 하루키 '1Q84'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0)가 5년만에 내놓은 장편 ‘1Q84’(전 2권·문학동네)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출간 3개월도 안돼 벌써 62만부(1권 32만부, 2권 27만부)를 찍었다. 1·2권을 합한 부수지만 10개월만에 100만권을 돌파했던 신경숙의 장편 ‘엄마를 부탁해’를 앞지르는 엄청난 판매 속도다.
선인세를 8000만엔(약 10억원)이나 지불해 고액 논란을 불러왔지만 출판사는 손익분기점으로 추정되는 50만권 판매를 이미 넘어 순항중이다. ‘1Q84’는 지금도 주요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 밀리언셀러 등극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키는 내년 여름쯤 3권을 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어 ‘1Q84’ 열풍은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1Q84’가 독자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뭘까. 평론가들은 대중성과 문학성의 절묘한 결합을 꼽는다. ‘1Q84’는 하루키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듣는다. 일반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상적인 캐릭터와 사건들이 적절히 배치돼 있다. 여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들을 조용히 제거하는 전문 킬러 아오마메, 문자를 판독하지 못하는 난독증에 걸린 문학 미소녀 후카에리 등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1Q84’는 하루키가 추구해 온 소설 특징들이 복합적으로 담긴 결정판이라는 평가도 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구도, 남녀 주인공의 애달픈 사랑, 성적 학대, 청부 살인, 종교집단 옴 진리교 등 흥미진진한 소재들이 버무려진 종합선물세트라는 것이다. 여기에 치밀한 추리적 서사구조까지 갖추고 있어 책을 잡으면 좀처럼 뗄 수 없는 ‘흡인력’이 있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1Q84’는 소설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하루키가 장인의 경지 올랐다는 걸 보여 주는 소설”이라며 “인물을 창조하고, 사건을 전개하고, 대중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또 “하루키가 초기에는 무국적성을 드러낸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어느 나라 독자들도 다 자신들의 얘기로 공감할 수 있는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학평론가 남진우는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그의 독특한 문학세계는… 상상력의 확장을 기도한 데서 얻어진 귀결”이라고 밝혔다. 하루키가 지역과 인종의 벽을 넘어 통합과 이종교배가 이뤄지고 있는 세계 문학 흐름을 선구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하루키가 미국문화의 영향을 짙게 받았지만 이제 역으로 미국을 포함해 서구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가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스타 작가’에 대한 쏠림현상도 ‘1Q84’ 인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1989년 출간된 ‘상실의 시대’가 국내에서 100만부 넘게 팔린 것을 필두로 하루키의 책들은 일찌감치 흥행 보증수표로 통해 왔다. 특히 이번 소설은 5년만의 장편이어서 더 큰 조명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1Q84’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1Q84’를 분석한 단행본도 번역, 출간됐다.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연구회’가 지은 ‘무라카미 하루키 1Q84를 말하다’(미래지식)는 ‘1Q84’를 40개의 관점에서 깊이 있게 분석한다. 또 ‘상실의 시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하루키의 철학과 사상, 작품세계, 라이프스타일 등을 폭넓게 살피고 있다.
남진우는 “우리 문단과 언론 일각에는 하루키를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진지한 작가로 취급하기보다는 대중소설을 쓰는 재주꾼 정도로 폄하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하루키를 무조건 폄하하고 질시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제공 :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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