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어떤 사물들은 어둠 속에서 어떤 사물들은 희어 보인다. 어렴풋한 빛이 어둠 속으로 새어들어올 때, 그리 희지 않던 것들까지도 창백하게 빛은 발한다.밤이면 거실 한 쪽에 소파침대를 펴고 누워, 잠을 청하는 대신 그 해쓱한 빛 속에서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흰 회벽에 어른거리는 창밖 나무들의 형상을 바라보았다.그 사람 -이 도시와 비슷한 어떤 사람-의 얼굴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 윤곽과 표정이 서서히 뚜렷해지길 기다렸다. 만년설 언젠가 만년설이 보이는 방에서 살고 싶다고 그녀는 생각한 적 있다. 창 가까이 서 있는 나무들이 봄에서 여름, 가을에서 겨울로 몸을 바꾸는 동안 먼 산 위엔 언제나 얼음이 얼어 있을 것이다.어린 시절 열감기에 걸린 그녀의 이마를 번갈아 짚어보던 어른들의 차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