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청빈한 삶 보여주고… 법정 스님 3월 11일 입적
산문집 ‘무소유’ 등을 통해 청빈한 삶의 가치를 강조해 온 법정(法頂·속명 박재철) 스님이 11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법랍 55세, 세수 78세.
폐암으로 투병해 온 법정 스님은 전날 밤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는 말을 남겼다.
조계종과 길상사 등은 “일체의 장례의식을 거행하지 말라”는 스님의 평소 말에 따라 별다른 장례행사는 치르지 않고 13일 오전 11시 송광사에서 다비식을 거행키로 했다.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스님은 전남대 상대 3학년 재학 중이던 54년 출가했다. 70년대 함석헌 장준하씨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하고 유신 철폐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던 스님은 75년부터 전남 송광사 뒷산 불일암에서, 92년부터는 강원도 산골 화전민이 살던 오두막집에서 홀로지내며 수행해 왔다.
76년 4월 펴낸 ‘무소유’(범우사)는 스님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였다. 산문집에서 스님은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며 무소유의 삶을 강조했다.
스님은 이후 ‘서 있는 사람들’ ‘산방한담’ ‘텅빈 충만’ ‘버리고 떠나기’ ‘인도 기행’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산에는 꽃이 피네’ 등의 산문집을 잇따라 펴냈다. 담백하고도 격조 있는 글로 무소유의 정신을 설파한 산문집들은 고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스님은 다른 종교와 벽을 허무는 데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97년 12월 길상사 개원법회에 김수환 추기경이 방문했고 이에 대한 화답으로 이듬해 명동성당에서 특별 강론을 하기도 했다.
/ 국민일보 쿠키일보 라동철 기자
불교계의 거목 법정 스님(78)이 11일자로 입적에 들어갔다.
시인 류시화는 법정 스님 입적한 날 오후 2시께 자신의 홈페이지에 '산이 산을 떠나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법정 스님의 유언을 공개했다.
이 글에서 법정 스님은 "절대로 다비식 같은 것을 하지 말라. 이 몸뚱아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나무들을 베지 말라. 내가 죽으면 강원도 오두막 앞에 내가 늘 좌선하던 커다란 넙적바위가 있으니 남아 있는 땔감 가져다가 그 위에 얹어 놓고 화장해 달라. 수의는 절대 만들지 말고, 내가 입던 옷을 입혀서 태워 달라. 그리고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꽃공양을 바치던 오두막 뜰의 철쭉나무 아래 뿌려달라. 그것이 내가 꽃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어떤 거창한 의식도 하지 말고,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지 말라"고 지난해 6월 가까운 사람 서너 명을 불러 절절한 감동의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류시화 시인은 이 글을 통해 "나는 죽을 때 농담을 하며 죽을 것이다. 만약 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내 몸에 매단다면 벌떡 일어나 발로 차 버릴 것이다"며 20여 년 전부터 법정 스님이 해오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법정 스님은 생전에 스님 이름으로 출판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며, 사리도 찾지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스님의 다비식은 오는 13일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엄수된다.
/ 마이데일리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