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 네그라
이슬라 네그라의 추억/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무렵이었다.
시가 날 찾아왔다. 난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선지 강에선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목소리는 아니었다.
말[言]도,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거리에선가 날 부르고 있었다.
밤의 가지들로부터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격렬한 불길 속에서 혹은 내가 홀로 돌아올 때
얼굴도 없이 저만치 지키고 섰다가 나를 건드리곤 했다.
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입술은 얼어붙었고 눈 먼 사람처럼 앞이 캄캄했다.
그때 무언가 내 영혼 속에서 꿈틀거렸다, 열병 혹은 잃어버린 날개들.
그 불에 탄 상처를 해독하며 난 고독해져 갔다.
그리고 막연히 첫 행을 썼다.
형체도 없는, 어렴풋한, 순전한 헛소리, 쥐뿔도 모르는 자의 알량한 지혜.
그때 나는 갑자기 보았다.
하늘이 걷히고 열리는 것을 혹성들을 고동치는 농장들을 화살과 불과 꽃에 찔려 벌집이 된 그림자를
소용돌이치는 밤을, 우주를 보았다.
그리고 나, 티끌 만한 존재는 신비를 닮은, 신비의 형상을 한, 별이 가득 뿌려진 거대한 허공에 취해
스스로 순수한 심연의 일부가 된 것만 같았다.
나는 별들과 함께 떠돌았고 내 가슴은 바람 속에서 멋대로 날뛰었다.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년 7월 12일 ~ 1973년 9월 23일)은 칠레의 민중시인이자 사회주의 정치가이다.
본명은 네프탈리 리카르도 레예스 바소알토(Neftalí Ricardo Reyes Basoalto)라는 이름으로, 아버지의 강압에서 벗어나고자 사용한 필명이
나중에는 법적인 실명이 되었다. 7, 8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13세 때에는 신문에 작품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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