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꽃을 위한 헌시(獻詩)

미송 2016. 8. 6. 16:50

 

 

 

 

꽃을 위한 헌시 / 오정자

 

프란시스 베이컨같은 꽃 하나를 통과해 보겠다고

빠져나가야겠다고 잽싸게 옷깃을 여미자

네 개의 조각이 떨어졌다

 

사과의 모서리 같은 너와 부딪혔을 때

두 가지 인사를 나누었다  

아니 벌써 아니 왜 이제야   


꽃말이었을 뿐인 널 나 혼자 생각했다
꽃과 비눗방울과 만다라와 원만하다 생각하는 골똘함 하나로 
코스모스는 흔들렸다

 

둥글거나 모난 것들 너로 보이는 모든 인연들 복합적 메커니즘은 슬프다 

우두커니한 너에 찔리는 걸 피해야 한다는 강박은 슬프다 
공굴리며 달아나는 것들은

 

 

[시작노트

7월의 코스모스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시간을 무시한 꽃의 출현에 나는 어떤 사람을 투영시켰을까. 아니, 때를 잃은 꽃의 환영이 날 쫓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사각의 꽃은 단지 시가 만들어 낸 형상이다. 각이 없는 존재는 없으니 둥글다 착각하며 살 뿐, 그 어떤 틀을 의도하지 않는 순간을 구상해 보았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일그러진 자화상, 원형의 파괴, 사람 사이의 사각지대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원인자를 상상하였다. 경험 같기도 하나 다 꿈이었으니, 분명하다 말할 순 없겠다.

 

20100730-201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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