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가는 길 / 오정자
걷기 딱 좋은 오후였다 30분이면 닿을 곳을 한 시간 걸었다
햇살 아래 어깨를 말렸다 비타민 D를 흡수하던 오후
벤치에 앉아 아이들을 보다 아들이 그리워 벌떡 일어났다
그 저녁 수첩에는 봄탐이라고만 적었다 봄을 탄다고 그 남자에게 말을 했을 땐
그 남자 염소를 몰고 왔다 쩝쩝 국물까지 마시고 나서야 봄이 예쁘게 보였다
올라타면 그만일 말들
섬까지 내달릴 수 있을 것 같은 봄날이었다
마음먹기에 따라 지나왔던 모든 봄날도 그러했으리.
20160324-201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