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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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송 2010. 11. 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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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 십대 미소년이 구찌 옷을 보려고 왔다
나 앉은 녹색가게 창가의 낙엽과 어울릴까  
나만의 디자인이길 바라는 소년의 빨갛게 튼 입술이
나의 말끝에 대답을 달고 나가고 남자가 예쁜 건 참 신비한 일이야
나는 그날 저녁 일부러 걸으며 낙엽을 만졌다
나뭇잎들 내가 나로부터 멀어져 온 것처럼 뒹굴고 있다

싹둑 자르긴 뭐해도
지나간 당신 이야기를 듣는 건 솔직히
지겨운 냄새가 나 시체 썩는 냄새 같다니까
나는 모든 못된 말들을 밤새 지우며
서른 살부터 치주염을 앓아온 고엽 같은 남자에게
전화한 일을 반성한다

수박 줄무늬 위에 밑줄 긋듯 낙하하는 잎들
튕기던 현악줄을 끊어버리고 자각자각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길
꾹꾹 눌러쓴 문장들이 만인의 창가에 흩날린다
흔히 낡아진 잎들은 초라하여서 서성거리게 만드는 길은
나를 오랫동안 더 직립하게 할 것 같다
복습은 졸음을 쏟아놓는다
잠들면 죽은 듯 사라지는 여자처럼
가을은 그리 쉽게 떠날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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