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 속의 긴 낭하
- 황지우, 새들도 새상을 뜨는구나 中 -
발자국 소리, 자물쇠 속의 긴 낭하로
사람이 온다
사람이 무섭다
자물쇠 콧속으로 흐린 山 물이
흘러 들어온다 腦膜*에 아득하게
떠 있는 어린 시절 소금쟁이
물풀들, 물소리가
귓바퀴를 두어 바퀴
맴돌다 우뚝 멈추고 요구한다
"말해!"
자물쇠의 食道를 타고 뜨겁게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목구멍으로 꿀떡
시린 칼자루가 들어온다
칼에 꽂힌 채
묻는 말에 대답하기
"우리가 사람이란 걸 그만둡시다"
자물쇠 구멍으로 부는 聽學的인 바람
느티나뭇잎들이 흔들린다 누가
멱살을 잡고 흔든다 가지가지에
양면 종이들이 펄럭이고
마지막 한 잎이 손에서
지문을 앗아간다
잠들고 싶다
"아 몸이 왜 있을까"
밖에서 닫아주는 문소리,
발자국 소리, 자물쇠 속의 긴 낭하로
사람이 나간다
쓰러지면서
용서를 빌면서 비로소 파리
에게 말한다 onLY WAY TO FLY"**
* 뇌막 : 두개골 안에 뇌를 싸고 있는 얇은 껍질.
** 히피들의 목걸이에 새겨진 말
'운문과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수권<蓮葉(연엽)에게> (0) | 2009.03.24 |
---|---|
박경리<옛날의 그 집> (0) | 2009.03.24 |
김동리<등신불> (0) | 2009.03.22 |
[현대시 100년-사랑의 詩] (0) | 2009.03.20 |
이태준 <밤> <파초> (0) | 2009.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