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황지우<자물쇠 속의 긴 낭하>

미송 2009. 3. 24. 09:34

 

 

자물쇠 속의 긴 낭하

 

                             - 황지우, 새들도 새상을 뜨는구나 中 -

 

 

발자국 소리, 자물쇠 속의 긴 낭하로

사람이 온다

사람이 무섭다

 

자물쇠 콧속으로 흐린 山 물이

흘러 들어온다 腦膜*에 아득하게

떠 있는 어린 시절 소금쟁이

물풀들, 물소리가

귓바퀴를 두어 바퀴

맴돌다 우뚝 멈추고 요구한다

"말해!"

 

자물쇠의 食道를 타고 뜨겁게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목구멍으로 꿀떡

시린 칼자루가 들어온다

칼에 꽂힌 채

묻는 말에 대답하기

"우리가 사람이란 걸 그만둡시다"

 

자물쇠 구멍으로 부는 聽學的인 바람

느티나뭇잎들이 흔들린다 누가

멱살을 잡고 흔든다 가지가지에

양면 종이들이 펄럭이고

마지막 한 잎이 손에서

지문을 앗아간다

잠들고 싶다

"아 몸이 왜 있을까"

 

밖에서 닫아주는 문소리,

발자국 소리, 자물쇠 속의 긴 낭하로

사람이 나간다

쓰러지면서

용서를 빌면서 비로소 파리

에게 말한다 onLY WAY TO FLY"**

 

 

*  뇌막 : 두개골 안에 뇌를 싸고 있는 얇은 껍질.
** 히피들의 목걸이에 새겨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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