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엽서 / 오정자
한 존재를 사랑한다는 것은
태양만큼 어둠도 깊기에
짧은 팔을 힘껏 벌려 벅찬 하늘을 끌어안아야 하느니
끝까지 공중에 매달려 놓지 말아야 하느니
이에는 색다른 집념이 필요할 것이라
가까이도 멀리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렵기에
늘 자로 잰 듯이 고집을 부리는 자리에 스스로를 위치시켜
그렇게 손에 잡힐 듯 한 거리만큼 떨어져 서는 일
이 또한 극적이라서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젖은 옷자락처럼 약간의 슬픔을 머금기도 하며
빨랫줄에 걸린 눈부심이라
큰 기쁨은 빈 뒤뜰로 몰래 찾아오는가 하여
나 홀로 팔 벌려 하늘을 끌어안으려 펄럭펄럭
그렇게 웃으며 바라는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