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숙명, 그 것

미송 2011. 7. 5. 18:32

 

 

명(宿命), 그 것 / 오정자

 

외출할 때 그냥 두고 가고픈 것, 그러나 

왼쪽 귀에 대고 오른쪽 주머니에서 찾기도 하는 것

핸드폰, 납작한 전화기를 오늘은 식탁에 두고 나간다

중량 오버over

길을 걸을 때 종종 나를 주저앉히곤 하였던 그것

집에 두고 나가는 날에는 더 세차게 울리던 그것 

누가 울렸을까 귀가하여 확인하는 부재중 번호

365일 대리운전 김 대리의 롤러코스터

가성假聲인식까지 읽긴 하지만,

 

홀현忽顯 산책하듯 끝내고 싶은 길이 있었다

생은 지나온 길 위에 수다한 지문들과

무늬가 되지 못한 얼룩들과 

등 뒤 그 남자의 숨결처럼 

전화벨로 울리기도 했을까

 

전화를 오게 하지 않으려면 핸드폰을 지니고 다니라는

말에 머리를 주억거리다가

두고 가면 울리고 갖고 다니면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생각한다 머피의 법칙을 떠나 그것은

얄궃은 애모愛慕같은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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