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아저씨 / 오정자
메밀국수에 삶은 계란을 얹어 먹는 시간에 알렉산더 대왕과
디오게네스를 얘기한다 번번 디오니소스랑 디오게네스를 헷갈려 하는 나는
술통 속인지 통나무 속인지 속에서만 살았다는 디오게네스를 리바이벌 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던 알렉산더가 왜 그리 디오게네스를 추구 했는지를
모르겠다며 갸우뚱 하는데 정복이래야 한 뼘 남짓 그래봐야 자기 집 둘레
페르시아와 지중해 유역이었을 게 뻔한 세계 나머진 정복의 가치도 없는 가난한
세계를 싹쓸이로 소유한 대왕 알렉산더가 왜 개처럼 늘어져 술만 마시고
헛소리 지껄이던 디오게네스를 부러워했을까 지옥에까지 가서도 부러워했을까
견유학파라는 이름 때문이었냐고 햇살에 물을까 하다가 나는 저리 좀 비키소 하는허름한 목소리를 듣는다 전쟁이 터져 사람들 다 분주한데 언덕 위 아래로
술통만 굴리던 디오게네스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니 혼자만 앉아 있을 수 없어
술통이라도 굴리고 있다며 한 줌 가려진 햇살에도 바르르 떨던 그를
철인(哲人)의 대왕이고 싶어 했던 알렉산더가 왜 그리 짝사랑 했단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