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신화

파르메니데스

미송 2011. 10. 18. 17:42

‘없는 것은 없다’ 고 하는 파르메니데스

 

‘진리는 오직 있는 것만이 있다. 없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파르메니데스(BC 513~ BC 445)는 남부 이탈리아로 피신한 이오니아인들에 의해 건설된 도시인 엘레아에서 태어났으며, 크세노파네스의 제자이며 제논의 스승이다. 그는 당시 정치적인 힘을 소유했고, 고귀한 품성을 지닌 철학자였다. 그의 철학시 <자연에 대하여>가 약 160행 정도 남아 있으며, <진리와 의견>은 현재 단편들만 전해지고 있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만물은 물과 같이 흐름, 운동이야말로 만물의 참모습이다’라고 주장한 반면,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數)야말로 만물의 참모습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파르메니데스는 운동도 수도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것 같은 허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진리는 오직 있는 것만이 있다. 없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라고 설파하였다.

 

이처럼 파르메니데스의 사상의 중심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립하는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만이 있으며 ‘존재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하는 근본사상으로부터 ‘존재하는 것’의 성질을 논리적으로 연역하였다. 그것은 불생불멸이고 불가분인 것이며, 불변부동의 것으로서 완결된 둥근 구(球)처럼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을 나타내는 사유(思惟), 즉 이성만이 진리이며, 이에 반하여 다수(多數), 생성, 소멸, 변화를 믿게 하는 감각은 모두가 오류의 근원이라는 주장이다.

 

예컨대 ‘A점에서 B점으로 돌이 운동을 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텅빈 공간이 있어야만 한다. 그 텅빈 공간은 무(無)의 상태인 것이다. 그러므로 운동도 수도 모두 허망한 것이다’라고 예를 들었다. 또한 파르메니데스의 논법으로 존재의 부정적인 것은 일체 인정되지 않는다. 존재는 불생(不生), 불멸(不滅), 무결(無缺), 무종(無終), 부동(不動)이다. 이 우주에는 편편한 구체(球體)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파르메니데스의 유한한 구체설에는 그 구체 외부에는 무(無)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론을 제기하고 싶겠으나, 그는 ‘완전한 것은 둥글다’ 라는 그리스적인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존재에 대해서는 어떤 규정도 지을 수 없으며, 파르메니데스 그 자신도 그것을 단지 ‘그것’ 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가 말한 감각의 세계는 ‘존재하는 것(빛)과 존재하지 않는 것(어둠)’을 병치(倂置)하고 있으며, 이 두 요소로부터 모든 것을 합성하는 데서 발생한다고 하였다. 헤라클레이토스가 실재 전체의 변화를 파악한 것에 대해 파르메니데스는 우주를 단일한 항존적인 실체로 그림으로써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견해를 보였다. 이들의 대립되는 견해는 후에 형이상학적 다원론자들에 의해 합류점이나 접합점을 모색하게 함으로써 존재와 비존재, 존재와 사유라는 철학의 중세문제를 시사하고 후에 대두되는 존재론 및 인식론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파르메니데스적 대화>

자신의 우표 수집책을 굉장한 자랑거리로 여기고 있는 간부급 중역에게

한 아첨꾼 부하직원이, “굉장한 수집이군요. 없는 것이 없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또 라이벌 관계인 다른 중역에게는

“그리 대단한 수집은 아닙니다. 제가 보니까 없는 것은 없더군요.”

 

한권으로 읽는 철학이야기 (박성숙 편역) 中, 채란 타이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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