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어이쿠..아야. 어제 오늘 입 밖으로 새는 의성어가 달라졌다. 마냥 홍홍거릴 것만 같았는데.
아프다는 소리는 신음과도 흡사하게 나온다. 내막은 하늘과 땅 차이.
대체 누가 높은데 문고리까지 잠근 거야. 아침에 출근해서 중간 문을 활짝 열려고 의자를 받쳐 놓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이 왼쪽 다리를 딛는 순간 시큰 맛이 가 버렸다. 장난이겠지, 지가 아파봐야 잠간이겠지, 했는데 밤이 되자 침 맞고 부황 뜬 무릎이 장난 아니게
통증을 알렸다. 너스레를 떨며 팀장에게 통보하자 얼른 쉬라고, 뒤이어 겁까지 주었다.
가게 엄니한테도 대신 수고 많이 하시라고 전하자 둘째 아들 얘기까지 하시며
무릎 다치는 거 오래 가드라 고 줄곧 겁을 주셨다. 오늘 아침에는 안 오던 전화까지 오길래 현재 상황을 불어댔고,
공부방 담당 샘은 급기야 몸조리 잘 하시라고 마치 할머니 대하듯(그건 아니겠지만)염려를 표했다.
갑자기 골반뼈니 허리뼈까지 시큰해지기 시작. 직원 식당에 옥녀 언니는 함께 밥 먹어 줄 아우가 안 보이자 연이틀 전화를 한다.
얼른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오라고. 성화에 못 이겨 정형외과로 향하는데 겨울비까지 추적추적.
가는 도중에 골반뼈 song에도 귀를 기울였다. 왼쪽 다리를 번쩍 올렸다 내렸다 하였다. 하루 쉬고나면 내일은 출근할 수 있겠다는
신념이 별안간 불끈 솟아나길래 병원은 그냥 생략하고 찹쌀도너츠 네 개 사들고 귀가했다.
용기가 필요한가 이런 싯점에서도. 내일은 괜찮아 지겠지 하면서도 허리 어디쯤이 시큰한 걸 느끼고 있다.
에라이~ 죽기밖에 더 하겠니.
이번 무릎 건의 주범은 갈색 부츠다. 신고 벗을 때 영 불편하였지만 종아리에 붙는 바지를 입을 때나
기온이 뚝 떨어지거나 한 날에는 부츠 생각이 난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원인은 좋아하는 부츠가 굽이 높다는 점.
물론 10cm 미만(요즘 20대들이나 강심장 미시들은 13cm도 신는다)이지만, 동네 한의사 말마따나 이제부턴
굽 있는 신은 신지 마세요,
가 맞다. 내심 그리 결심한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무슨 심사로 굽과 대결을 하려 했는지.
갈색부츠가 돌연 웬수처럼 보인다. 어제날짜로 확 내다 버릴까 하다 신발장에 다시 모셔놓았다.
다른 사람, 나 보다 젊은 여자에게 돌아갈지도 모르니깐, 참자.
쯔쯪 혀를 찼다. 평소에 불안해하던 차에 결국 자기 말 안 듣고 그런 봉변을 겪는다고 눈 흘기는 남자는
간만에 엄살 좀 하네, 놀려댄다. 그래 엄살이다 어쩔래..si
다신 높은 굽은 안 키울 게요
멋부리려다 제비다리 될 뻔 해쓰요 오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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