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봄 / 오정자
기억 속 조팝꽃을 쓰려한다
꽃등 아래 빗방울 소리 들렸다
산도 꽃대처럼 꺾이고 싶어 때로는
뿌리도 강물과 입맞춤 하고 싶어
앙탈하는 독백이 낭만이었던 그 때
무너지는 성城처럼 당신이 밀려들었을 때
연둣빛 알갱이 속 꽃의 이름을 대신 불렀다
언제 불러도 품 속 아름다운 내 강토(疆土)
봄을 맞는다
강줄기 따라 높은 철책을 친 이유가 무엇인가
어떤 꽃과 어떤 물고기와 어떤 새들 아니 무수히
굉음에 묻혀 죽어가는 저 이유를
행복이란 슬로우건으로 온 죽음의 봄을
부를 수 없는 나는 비관자가 된다
기억 속 조팝꽃을 더 쓸 수 없겠다.
2010 봄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 납니다 / 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 납니다 / 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 납니다.
2년 전 도종환 시인이 대표로 이끄는 한국작가회의(사실 오래 검색하지 않아서 진짜 도종환 시인이 대표인지... 작가'회의'인지 '협회'인지 모두가 가물하다)의 근황이 궁금해서 시인의 최근 시를 문득 읽는다. 그래... 요 며칠 전 내게도 시처럼 '눈물 납니다' 라는 울림이 있었다. 출근길에 모처럼 걸어(자동차를 일부러 외면하고) 가는 중 길 위에 사물들과 움직이는 사람들-담배꽁초를 쓰레기봉투에 담는 형광조끼 입은 아저씨, 복면한 듯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조깅하는 여자들, 약국 앞에 서서 지나는 여자들의 뒷모습을 힐금거리는 남자들- 달리는 자동차들, 하물며 가만히 서 있는 나무들까지 슬퍼 보였다.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눈물을 흘리기 까지 하진 않았다. 다만 저 시인이 왜 눈물이 났는지 눈물을 흘렸는지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그래서 별안간 정말 얼마나 울었는지 공감이 아니 가는 게 아니라, 이하 공감였으면 하는 맘이다. 불편한 봄이 있을까? 내 시의 제목이 왠지 엉성하다. 저 땐 네 맘이 불편했던 게야...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 그렇게 나를 힐문하자. 그러나, 봄은 본시 봄이나, 이 순간에도 변함없이 나는 봄앞에 슬픔 하나만큼은 고해告解하는 바이다. 널,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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