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또한 지나가리라 / 오정자
엄마는 오늘 엉덩이가 달싹 올라간 탐스런 여자를 봤단다. 그녀의 뒷태, 힙라인이 어찌나 매력적인지 엄마는 주눅이 들곤 하는데, 이렇게 말하면, 엄마 변태야 네가 그렇게 말할지도 몰라. 요즘 애들 버전으로 스물세 살 너도 그렇게 이상해하거나, 내가 설령 서운해지더라도 할 수 없어. 예쁜 걸 예쁘다고 하는 게 뭐 죈가. 40대에도 좀체 쳐 질 줄 모르는 엉덩이가 한 둘이 아니니, 스카이라인 확실하고 멋진 그 내력을 다 모르겠단 말이지. 혹, 시각 디자이너들 실력이 하루아침에 너무 좋아진 덕에 축 쳐진 엉덩이나 젖가슴들이 그녀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하는지, 그럼 좋지 뭘. 요즘 엄마는 왕복 땅밟기를 시작했다. 출퇴근길을 걸어서 다니기로 했어. 사십 분 동안이라도 자동차를 잊겠다는 결심이지. 그런 것들 속에서도 유년의 낮은 운동화 하나 있으면 그만이야 할 때가 되었나봐. 자꾸만 묻는 열세 살 아이의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는 그저 편한 신을 신기로 결정했지. 그래선가, 늙어갈수록 땅과 가까이 닿는 운동이 좋다는 학설이 저절로 믿겨지네. 긴 낭하 속 숙주 같은 꿈이 아닐까. 언제까지 하이힐만 신고 다닐 공주처럼, 금 나와라 뚝딱하면 금 나오고 은 나와라 뚝딱 하면 은 나오는 세상, 도깨비 세상처럼 무엇이든 제 맘 먹은 데로 다 되는 세상인 줄 알았다면 그건 오만이야. 네 생각은? 그래서 그랬을까. 엉덩이 꼿꼿이 올라간 그녀가- 나보다 세 살이나 젊은- 여름 에필로그를 장식하듯 엄마의 눈 밖으로 사라지고 있구나. 젊은 날의 뾰족구두처럼, 또각또각...또각..또각. |
작가의 작품 해설 : "나의 메시지는 이렇다. 마음을 버리자. 그러면 그대는 신(궁극적 실제)에 다가갈 수 있다.
천진하라. 그러면 그대는 신과 연결될 것이다. 그대가 뭔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떨어 버려라.
평범하게 되라. 그러면 그대는 비범하게 될 것이다. 그대의 내면적 존재에 진실하라.
그러면 모든 종교들이 충족될 것이다.
그리고 그대가 마음을 갖지 않을 때 그대는 가슴을 갖게 된다.
그대가 마음 안에만 있지 않는다면 그땐 그대의 가슴이 뛰기 시작하고 그대는 사랑을 갖는다.
무심(無心)이란 사랑을 의미한다. 사랑이 곧 나의 메시지이다."
익명의 독자가 선물해준 사진과 음악에 뒤늦게 감사를 보낸다. 한 마음에 또 한 마음이 보태어진 흔적을 보면서 미소와 함께 뭉클함이 생긴다. 실은 3년 전 저 졸글 아래 작가의 말은 직접 달았던 게 아니다. 아마 다른 내 수필에서 본 내용이거나 댓글로 나눈 대화를 덧 달은 듯 하다. 음악은 내가 깔았던 건지 새로운 음악인지 가물가물, 헷갈린다. 참, 유치찬란 꼴값이다 싶게 이미 날아간 흔적을 내 분신이라 고... 되가져 와 보듬고 있다니. 독자에게 미안하고(허락도 없이 훔쳐와서), 낯설기만한 수다스러움이 화끈 부끄럽고, 아이들은 괘안타 괘안타 그러지만 못 챙겨줘서 죄스럽고, 그렇다. 익명으로 살며 여전히 준 바도 받은 바도 없이 왕래와 소통이 지속되는지....모르겠다. 모르는 와중에 또 나는 누군가 익명으로부터 주어지는 선물을 받으며 존재한다. 존재가 보이지 않는 영광속에서 성장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