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봄은 봄이로소이다

미송 2015. 3. 6. 23:49

 

 

 

 

진달래, 2001 盧淑子화백

 

 

 

 

이로소이다 / 오정자

 

 

봄은 몸살을 앓으며 온다 산모의 진통을 겪으며 온다 

아가의 목줄기로 흐르는 첫 유즙처럼 대지를 적시며 온다 

촉촉해진 얼굴로 웃는 산과 들 손 흔든다

그동안 어디에 숨었었니 어디까지 다녀왔니 묻는

겨울 산의 질문 

 

꽃봉오리 시샘하는 바람을 물리치고 지붕 위로 아지랑이 피워 올리는 

봄은 비관하는 이들의 가까운 동무

안길 수 없어도 달콤하다

 

참새들의 여음에 창문이 열리는 

봄은 나의 현실

주름진 슬픔조차 다림질하는 마술사

 

봄을 본 것도 사실이고 봄을 가두려 함도 사실이었으나

봄은 그냥 봄이라고 고양이가 걀걀

 

20120408-201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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