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2001 盧淑子화백
봄은 봄이로소이다 / 오정자
봄은 몸살을 앓으며 온다 산모의 진통을 겪으며 온다
아가의 목줄기로 흐르는 첫 유즙처럼 대지를 적시며 온다
촉촉해진 얼굴로 웃는 산과 들 손 흔든다
그동안 어디에 숨었었니 어디까지 다녀왔니 묻는
겨울 산의 질문
꽃봉오리 시샘하는 바람을 물리치고 지붕 위로 아지랑이 피워 올리는
봄은 비관하는 이들의 가까운 동무
안길 수 없어도 달콤하다
참새들의 여음에 창문이 열리는
봄은 나의 현실
주름진 슬픔조차 다림질하는 마술사
봄을 본 것도 사실이고 봄을 가두려 함도 사실이었으나
봄은 그냥 봄이라고 고양이가 걀걀
20120408-2015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