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저는 당신이었습니다 / 오정자
붓다는 자신의 전생前生을 보았다고 하지요
그래서였을까요 그는 자비의 화신이었습니다
가끔은 저도 전생의 제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특히 사람들의 행위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예를 들어, 남편이 죽었는데도 입만 슬픈 여인을 보게 됐을 때
또, 왜 저 사람의 언행은 늘 저러할까 싶을 때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자기만 모르고 있을 때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해법이 없을 때
저는 붓다를 다시 생각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서
전생에 착한 업을 많이 지었으므로 오늘을 겨우 사람으로 사는 것이라는데
수수억년 내려오며 나는 그럼 무엇들로 살았을까
네 개의 다리로 걷는 개나 염소 아니 상상을 더 늘려
박쥐나 바퀴벌레는 아니었을까
전생에서도 몇 번 사람으로 살았다면 성품은 과연 어땠을까
수전노 짚시 강도 무수리 아니면 누군가의 애물단지 혹은 애첩?
줄줄이 전생을 저는 도무지 볼 수 없어요
정답이 없는 인과관계에서
다만 붓다의 통찰력을 빌어 생각을 하자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들;
눈물에 인색한, 비탄과 상처를 자아내는, 욕심이 무척 사나운,
그들이 곧 나의 전생의 모습이었다 는 결론이지요
그러니 어깨에 힘주어 으스댈 일도 지나치게 남을 연민할 일도 없습니다
마음은 파수꾼을 얻은 듯 평안할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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