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그 꽃 外

미송 2014. 10. 14. 07:34

 

엎어놓은 유리병에 물을 담아 흙 위에 붓는다. 게으른 여자가 갑자기 부지런해진다.

화초에 대한 예절이란 게 그러나 이 정도뿐이 안된다. 뿌려줘야하는 걸 알면서도 쿨렁 들이붓는 이 거칠은 예의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므렸던 꽃잎들이 입을 벌린다. 홀린 듯 보다말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이 사랑초가 언제까지 이런 모양으로 살 수 있냐고 묻기 위해서다.

"가꾸기에 따라 가을까지도 그렇게 폈다 오므렸다 하며 예쁜 짓을 할 거야."

붉은 마음이 그네를 탄다. 화초나 사람이나 가꾸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달라진다고 덧붙여 일러주시는 아버지.

여자도 그와 같을까. 감출 수 없는 가난이나 사랑이 구두 끝과 기침소리로 들통이 나듯 목마른 목숨들마다

생수를 기다리는 손짓으로 자신을 감추지 못하는 사랑초가 아닐지.

물과 태양 습습한 거름내음, 가끔은 인격인 냥 오곤도곤 도닥여주는 주인이 산다는 것에 풀들도 행복해 하고 있을지.

타들어가는 그리움에 다 시들기 전 우리도 이렇듯 서로서로 주인이 되어 줄 일이다.

 

2008. 5  수필 '그 꽃' 中

 

 

 

 

거울을 보듯 옆 사람을 쳐다보며 이렇게 나눠보면 어떨까.

‘나 모지라는 사람 맞지?’

‘으응.... 근데 나도 모지라는 사람인데... 히’

‘모지라는 거에 모지라는 거를 합치면, 뭐가 되지‘

‘낄낄… '

'까르르르... ’

많이 모자랄수록 많이 넘친다는 원리가 분석으로서 설명될 수 있을까. 의심하는 법을 모르는 바보들은

풍선만 팡팡 터뜨린다. 언어로서는 결코 설명될 수 없는, 완전한 존재란 결코 부재하는,

인생은 미완의 아름다움으로 황홀하고. 하여 시인이나 작가는

지상에 부재하는 그 무엇을 향해 끊임없이 비상을 시도한다. 스스로를 불사르려는 고통의 작업,

이 고통이 고통에만 머무를 수 없는 것은 오로지 그것을 통해서만 불멸의 존재로 화할 수 있는 까닭이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제 존재를 증명하려는 이가 어찌 시인뿐이랴.

모든 존재는 다 시인이며 언어의 순례자들인 것을.

 

2008. 2 수필 '미완이거나 혹은' 中

 

 

 

스스로 좀 더 약해지면 무거운 짐들을 벗어버릴 수 있을까.

일과 사랑 그 밖의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나를 만날 수 있을까.

소유로부터 새처럼 자유로울 수 있는 삶, 거짓 명성들로 인하여 질식하지 않을

자유를 원하고 있다. 훼손하지 않는 전체 속에서 완성된 나로 살아 갈

아름다운 날에게 침묵의 악수를 건네고 있다.

현재는 소중한 선물이기에 불면의 커피를 마시는 이 순간도 찬연한 행복이다.

 

2007. 9 수필 '한 밤의 짧은 명상' 中

 

 

 

▶ 누군가의 맑고 투명한 동공에서 따스하게 發熱되기도 했을 오래전의 흔적. 

세월에 씻기어 껍질만 남았다. 알맹이는 어디에 있니 물으면, 당신과 가 

입김으로 데피던 그 시절 안에 있다, 말할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