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나이에 혼자 사는 것을 후회한 적도 있다. 여자를 만나서 내가 편하게 지내겠다는 기대감 때문이 아니라, 나를 만나면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어느 여자가 지금 외롭게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톡톡 털 듯 내 몸 하나만 무사하게 지내려고 노력한 삶이 무척 이기적으로 보이고, 그 어느 여성에게 못할 짓을 한 느낌이다. 사랑의 으뜸은 몸으로 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합치할 수 있는 여성에게 항상 미소 짓고, 아프면 돌보고, 어디를 가든지 꼭 연락하고, 그리고 한 여성이 한 남성을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어야 하는 것인데, 사람이라면 마땅히 베풀어야 할 사랑을 나는 베풀지 못한 것이리라. 그리고 내 몸만 끌어안고 두리번거렸음이라. 아무래도 혼자 늙는 것보다는 둘이 늙으면 덜 외롭겠지. 등 긁어주는 맛 하나만 가지고 살아도 행복일 것이다.
-2004년 10월 Mr lee, '어느 날 저녁의 단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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