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 옥타비오 빠스
어느 시詩에서
대화는 신에 속하는 것이라고
나는 읽었다
그러나 신들은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사이
그들은 세상을 만들고 부순다
신들은 침묵 속에
전율할 놀이를 계속한다
영혼은 내려와
혀 마디를 풀어헤친다
그러나 단어를 말하지 않는다
빛을 말할 뿐이다
언어란, 불붙은 신에 의한
불같은 예언이며
불타버린 음절로 이루어진
일종의 붕괴다
의미가 사라진 재다
인간의 말은
죽음의 딸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언어는 기호가 아닌 연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말할 때,
우리가 말하는 이름들은
시간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가 시간의 이름들이라고.
대화는
인간의 것이다.
옥타비오 빠스의 시편들은 대부분이 친근하다. 서랍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다시 펼쳐보면 다시 새롭다. 이때의 새로운 느낌을 뉴새마음(?)이라 해얄지. 한때, 대화는 신에 속한 것 (절대적 로고스를 믿는다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가, 내게도, 기억을 더듬자니 있었다. 옥타비오 빠스는 비트겐슈타인만큼 언어에 대해 고심을 많이 가졌던 시인인 거 같다. 오늘의 시에서도 역시 언어에 대한 탐구과정을 은유로 펼쳐 보이고 있다. 아무튼, 우리나라 사람만큼 ‘대화 하자’ 하면 ‘대놓고 화부터’ 내는 사람들도 드물다. 그래서일까, 시인이 말하는 대화의 본질과 정의에 깊은 공감을 갖게 된다. 은유의 행간에 혀를 드밀면 왠지 편안해 질 것 같다. 찰칵. 스륵. 유한한 생명체들이 잠간 맛볼 수 있는 영원의 빛과 소리, 유한한 시간 안에서의 대화는 신들의 놀이를 닮았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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