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선생을 ‘유라시아 문화 특임대사’에 임명
이명박 대통령이 소설가 황석영 선생을 ‘유라시아 문화 특임대사’에 임명할 것이라고 오늘자 중앙일보가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려 보도했습니다. 대사에 임명되면 유라시아 지역과의 문화교류 활동을 담당하기로 하는 모양입니다.
진작부터 황 선생은 알타이 문화 연합을 주장하고 있고, 그 핵심으로 몽골과 남북한의 일종의 연방제 구상이자 문화공동체 구상인 ‘몽골+2 코리아’론을 역설해온 바 있습니다. 이것과 상관이 있을까요. 중앙일보는 그런 단서를 깔아 놓았습니다.
며칠 전 기자간담회에서 황 선생은 자신이 구상하는 `알타이 문화연합'에 대해서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 날 황 선생은 "동몽골 지역이 비옥한 데 한반도 면적의 배 정도라고 한다. 이 지역을 같이 개발하자는 것"이라면서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도록 하는데 우리가 노력하고, 북한하고도 평화조약 및 상호 불가침조약을 맺으면 그 많은 병력들을 동몽골로 데리고 가 광활한 땅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황 선생은 "우리가 정부측에 그런 얘기를 했으나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은 강대국들이 남북분단 체제를 컨트롤하는 것에 적응하느라고 바빴고, 중국의 견제가 두려웠다"면서 "지난 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론을 꺼냈는데 실속도 진전도 없었다. 우리가 스스로 역량을 과대평가했던 것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눈을 돌려 먼저 동북중앙아(알타이연합)를 형성해 놓고 동북아 문제를 차후에 해결하는 것이 지혜롭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것이 느슨한 연방제로 갈 토대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에 의견접근이 이뤄져 작년 가을부터 이 대통령과 뜻도 나누고 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재미있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어느 기자가 이 구상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을 물었던 모양입니다. 황 선생은 이에 대해선 "이 대통령이 `지적소유권이 본인한테 있다'고 말하더라"면서 "서울시장때, 대선때 그런 표현을 했다고 하는데 제가 얘기하는 것은 문화인의 상상력이고, 정치.경제로 풀어나가는 것은 나는 잘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전문적인 부분은 학자들에게 맡기고 우선 세 가지 점만 지적합니다.
첫째는, 남북문제 해결 없이, 남북화해 없이 어떻게 이런 구상이 의미를 가질 수 있나요.
화해협력보다는 냉전대결, 최소한 악의적 방관 내지는 무시로 일관하고 있는 현재의 대북관계 정책 수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황 선생은 지난 시절의 정부가 무관심했다고 비판하지만 어느 게 먼저일까요. 남북문제 해결없이 몽골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북한의 동의없이 연합이건 연방이건 가능할 수 있을까요.
둘째는, 연방제에 대한 우리사회 보수세력의 근원적 불신을 먼저 해결해야합니다.
연방제라는 말만으로도 국가보안법위반이 들먹여지는 나라입니다. 역사적인 6·15선언을 두고도 연방제에 나라를 팔아먹는다는 비판이 여전히 성행합니다. 이런 나라에서 남북간과 몽골 사이의 연방제를 큰 틀에서 구성해냅니다. 쉽게 이해되지 않지요.
셋째는, 이런 방식의 구상이 동북아질서 전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현재 몽골의 국가적 지위와 위상은 분명치 못합니다.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 끼인 나라라고 표현해도 그리 모욕적일 것 같지 않습니다.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상당한 편입니다. 몽골과 한국과의 연방제 구상은 특히 중국을 강력하게 자극할 가능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황 선생도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브래진스키 등을 비롯한 외교 브레인들의 관심은 바로 중앙아시아에 있습니다. 세계의 각축장이 바로 중앙아시아입니다. 우리도 몽골을 통해 중앙아시아에 진출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상상력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포석을 시작해야 하고 국제정세를 최소한 남북문제에서부터라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고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상표는 제국주의 근성이 없는 것, 도리어 식민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 그래서 호혜 평등한 교류가 가능한 나라, 바닥에서 선진국으로 뛰어오른 나라, 민주주의와 인권과 시장경제가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나라, 자기 손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나라 등입니다. 몽골과의 교류를 통해 연방제를 구축하고, 국제사회에서 힘있는 나라로 진출하겠다는 발상, 물론 쉽게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합니다. 철저한 국제관계의 계산 속에서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전제해야 합니다. 제국주의적 속성이 대한민국의 상징 속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된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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