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최규승<왈츠>

미송 2013. 2. 8. 20:34

     

    강요배 作 '홍월'

     

    왈츠

     

    여자는 나무의 그림자를 안고 있다

    까맣게 빛나는 오후

    눈을 감는다

    한 박자 쉬고

     

    고개를 돌린다

    여자의 배경이 흐려진다

    틀 밖을 응시하는 여자

    아무도 모른다

    사진을 찍는다

    여자의 사진이 지워진다

    흐려진 배경이 모니터 속에서 선명해진다

    또 한 박자 쉬고

     

    여자의 발걸음이 흐른다

    나무의 그림자 발걸음을 붙든다

    그림자 위로 흘러내리는

    발걸음

     

    그림자 지워진다

    한 남자가 지나간다

    모든 노래는 벽 위에서 자란다

    나무는 여자의 그림자를 안고 있다

     

    시집『처럼처럼』<문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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